인간에게는 영혼(靈魂)과 함께 육신(肉身)이 있는데 눈에 보이는 육신의 건강에 매우 많은 관심이 있음을 보게 된다.
보신(保身)하기 위하여 온갖 몸에 좋다고 하는 것으로 보신(補身)하는 것이다.
심지어 혐오스런 동물과 곤충 조차 보신(補身)이라는 미명하에 주저 없이 드는 것을 보게 된다.
흔히 ‘보신탕’이라 하여 멍멍이 개를 잡아 먹으며, 악화된 세계 여론을 피하고자 ‘영양탕’으로 둘러 대는 기지까지 발휘하는 것이다.
현대판 불노초를 향한 끊임없는 인간의 염원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병장수에 대한 꿈
몸 보신에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보약(補藥)’이라 일컫는 한약(漢/韓藥)이 있다.
모두들 한약(漢藥) 하면 보약이라고 여기므로 한방에 내원하는 분들 중에 ‘보약이나 한재 지어 달라’는 분들이 많으며 ‘한의원에만 가면 보약 먹으라’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한약(漢藥)이 모두 보약(補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방적인 치료 방법에는 대개 여덟 가지 치료법이 있다.
한(汗), 토(吐), 하(下), 화(和), 온(溫), 청(淸), 소(消), 보(補)의 팔법(八法)이 그것이다
한방의 치료 방법에 따른 조제약을 일컫는 명칭인데 그 가운데 보(補)하는 방법으로 치료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약을 보약(補藥)이라 칭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한약(漢藥)이 보약인 것처럼 무조건 보약, 보약 하는 것은 한의학적으로 볼 때 옳은 용어의 선택이 아니다.
한약재(本草)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한약재를 본초(本草)라 일컫는데 수천년 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경험이 누적된 천연 약물들이 본초가 되는 것이다.
본초는 한방적 사고에 의하여 약효를 설명하게 되는데 오늘날 사용되는 본초의 종류는 중약 대사전에 기재된 5767종이 있다.
그 가운데에는 동물성 식물성 그리고 광물성이 있는데 식물의 씨앗이나 뿌리 줄기 열매 가지를 비롯하여 동물의 배설물 그리고 중금속에 이르기 까지 참으로 다양한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약재를 선택하여 가장 알맞게 씀으로써 최고의 치료 효과를 보는 것이 한약 치료의 왕도이다.
오늘날 생약학적으로 대부분 약재의 종류와 그에 따른 성분, 그리고 효능이 규명이 되었으므로 5767종의 수많은 약재 중에 취사 선택하여 약재로 인한 독성과 부작용을 줄여 나가도록 할 일이 요구되는 것이다
고대로 부터 인간은 병이 나면 그것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약초가 발견되어 왔다.
수 천년전 신농(神農)씨라는 분이 하루에도 70가지의 독초를 맛 볼 정도로 수 천가지의 풀을 맛보아 약초를 발견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이와 같이 수 천년 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경험이 누적된 천연 약물이 한약재인 본초(本草)가 되는 것이다.
한약재의 특성과 치료 효과
본초들은 기(氣) 미(味) 형(形) 색(色)에 따라 약(藥)의 성상이 다르다
쉽게 표현을 하자면 수천년전의 세상에는 약의 성분에 관한 생화학적 검사가 없으므로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그 느낌이나 생김새 그리고 맛과 모양과 색깔로 전달되어오는 감(感)을 통하여 질병의 치료에 선택하여 쓰여진 것이다.
즉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四時四節)에 느끼는 만물의 기운을 따라 따듯한(溫) 봄철에는 만물이 소생하는 발육의 의미로, 더운(熱) 여름에는 만물이 성장 번영하는 창달의 의미로, 서늘한(凉) 가을철에는 만물이 수렴하는 숙강의 기운으로 그리고 추운(寒) 겨울에는 만물이 침장하는 기운으로 진정 소염 작용을 뜻하는 것이다.
또한 신맛(酸) 쓴맛(苦) 단맛(甘) 매운맛(辛) 짠맛(咸)의 다섯가지 맛(味)과 푸른색(靑) 붉은색(紅) 누런색(黃) 하얀색(白) 검은색(黑)의 다섯가지 색(色)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론에 따라 인체의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연관시켜 질병의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 한약의 치료원리이다.
아울러 한약재의 생김새로 연상되어 지는 느낌에 따라 뿌리와 가지 그리고 꽃과 씨앗의 의미와 동물의 경우 각각의 특성을 근거로 용도가 나뉘어 씌여 지고 있는 것이다
한약(方劑)의 구성
흔히 한약(漢藥)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수많은 본초들 가운데 몇몇을 선택하여 무슨 무슨탕(湯)을 만드는 것으로 이를 방제(方劑)라 한다.
방제를 만드는 원리도 한약 처방 조성에서 약재의 작용에 따라 4가지 군신좌사(君臣佐使)의 개념으로 갈라놓는 것이 방제 구성의 원리이다
오늘날 신약 개발의 중요한 소스가 되는 것이 한약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에 대한 신뢰가 효능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그 이유로는 정성적이며 정량적으로 분석되지 못하는 한약 자체의 문제점도 있으나 그보다는 한약을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사람들의 의학적 무지(無知)함이 더욱 문제라 생각한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한약재의 특성상 정성 정량화의 어려움이 있으며 약물의 작용기전이 매우 강하고 때로는 독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에 약재의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관한 충분한 서양 의학적 지식과 소견을 지녀야 함을 강조하는 바이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필자는 이곳에서 침(針)은 물론 한약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하여 야기된 부작용 사례를 많이 보았다.
보약이라고 마신 후 혈당이 537까지 올라간 환자를 보았으며 얼마 전 인터넷 상에 올라온 ‘안궁우황환’의 부작용 고발 사례가 그것이다.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므로 한약의 경우 좋은 효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몰라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혹자들이 한약재에 관하여 한국산이냐 중국산이냐 관심이 많은 것은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나 여기에 일조를 한 것이 한약을 지어 파는 사람들의 무지함이라 생각한다.
최근 FDA에서 2010년 6월 이후 한약의 사용에 있어 엄격한 조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한약 업계의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며 특히 탕(湯)약을 즐겨 찾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손해가 되리라 본다.
이는 한약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야기된 일이나 이를 계기로 한약재의 정성적 분석과 정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의학의 비밀
동서양의 의학을 모두 공부한 필자의 생각은 너무 ‘보약, 보약’하지 말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이 달라졌다
너무 넘쳐나는 것이 문제인 세상이다
모든 것에 조화(調和)가 제일이다.
화(和)는 모든 것을 돌아보게 한다
돌아보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돌아봄 속에 나눔과 섬김과 보살핌이 있는 것이다.
특히 한의학은 인생(人生)을 돌아보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함께하는 것이 한약(漢/韓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