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신 어르신 분들 가운데 가정 상비 구급약으로 여기는 ‘우황청심환’을 대부분 지니고 계실 것이다.
아마도 고혈압 중풍을 비롯하여 만병 통치 약으로 여기는 것 같다.
몇 일전 중국의 상하이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의 여행 코스 가운데 원방 ‘우황청심환’을 구입하려고 찾는 유명한 한약방이 있는데 그곳에서 구입한 ‘우황청심환’에 우황(牛黃)은 없고 수은(水銀) 만 있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제약 회사의 매출 순위를 보면서 ‘박카스’ 드링크가 단일 품목 매출액 1위이고 ‘우황청심환’이 매출액 순위 2위를 차지 하곤 하였다.
의료인으로서 왜곡된 의약품 시장을 보면서 국민들의 무지(無知) 함을 한탄 할 뿐이었다.
지금은 드링크 시장에서 ‘박카스’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제약 회사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있기도 하지만 카페인 음료에 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전환이 생긴 이유 이기도 하다.
어떻게 다른가
종종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과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을 구분하는 자도 있으나 그 약이 그 약이라 생각하면 된다.
한(韓)의학이냐 한(漢)의학이냐 따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황청심환은 ‘졸중풍(卒中風)으로 인하여 인사가 불성(人事不省)하고, 담연이 옹색(痰涎壅塞)하며 정신이 혼궤(精神昏潰)하고, 언어가 건삽(言語蹇澁)하고, 구안이 와사(口顔와斜)되고 수족이 불수(手足不遂)하는 등의 증세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그야말로 살아가면서 가장 비극적인 상황으로 피해가고 싶은 신체 마비와 혼수 상태에 복용하는 구급약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황청심환은 산약, 감초, 인삼, 포황, 신곡, 서각, 대두황권, 관계, 아교, 백작약,맥문동, 황금, 당귀, 방풍, 주사, 백출, 시호, 길경, 행인, 백복령, 천궁, 우황, 영양각, 사향, 용뇌, 석웅황, 백렴, 건강, 대조의 약 30여 가지의 약제를 사용하여 손가락 마디 크기로 빚어 금박(金薄)을 입혀 환약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30가지의 약재 가운데 서각, 영양각은 멸종 위기의 희귀 동식물 보호를 위한 거래와 이전을 방지하는 국제 협약에 위배되므로 사용이 불가능한 불법 약재이고 사향이나 우황, 석웅황은 구하기가 어려우며 주사(朱砂)는 중독성을 일으키는 중금속인 수은(水銀)이므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금지 약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대 응급 의학적 측면에서 의식 상실 환자들의 심폐 소생술에 의한 처치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기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서양 의학의 생리학에 근거한 호흡 생리와 순환 생리를 근거로 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의식을 잃은 환자들을 깨우기 위한 각성(覺醒)의 개념에서 손끝인 십선을 따 주거나 우황청심환과 같은 개규(開竅) 제재인 한약을 복용 시킨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환자들에게 우황청심환과 같은 환약을 복용케 하는 것은 현대 의학의 기본을 모르는 것으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 조치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년 전에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던 우황청심환은 인체의 생리를 모르던 시절에는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따져 보지를 못했다.
연하 반사 기전의 중요성을 몰랐으므로 환약을 먹이다가 기도를 막아 질식사(窒息死) 시켜도 그만 이었다.
즉 살릴 수가 있는 환자 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숨을 막아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응급 심폐 소생술의 원리를 모르고 의식 상실 환자들에게 우황청심환을 먹으라고 권하는 침술사들과 우황청심환을 만병 통치 약으로 여기는 몰상식에 놀랄 뿐이다.
아는가 모르는가
천년 전의 세상은 지금과 비교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람의 수명도 짧았고 사람이 혼절하고 마비가 와도 대충 찔러보거나 이것저것 먹여보다가 깨어나면 다행이고 못 깨어나 죽으면 할 수 없다고 여기던 세상이었다.
X-RAY나 CT, MRI가 없던 세상이므로 뇌혈관이 잘못 되었는지 심장 혈관이 잘못 되었는지를 모르며 다만 풍(風)이 왔다고 여길 뿐이었다.
우황청심환이 기도로 들어가 갑자기 숨이 막혀 죽으면 명줄이 짧아 죽었다고 여기던 세상이었다.
혹시 우황청심환을 먹여 깨어나면 좋은 것이고 계속 약을 먹이다 수은 중독으로 죽어가더라도 약의 효과로 이만큼 잘 살았다고 여기던 세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만병 통치에 쓰이는 것으로 알고 심지어 입시를 앞 둔 수험생들까지 불안 초조에 따른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볼 때 심히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참으로 무지(無知)한 탓이며 이러한 원인의 제공에는 한약을 다루는 자들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올바른 의학 지식을 위하여
우황청심환의 성분과 효능 그리고 용법에 관하여 현대 의학적인 지식은 물론 응급 처치에 관한 상식을 알고 있다면 가정 상비 구급약으로 여기지 못 할 것이다.
아직도 이곳 미국에서는 한약(漢藥)은 약(藥)이 아니다.
따라서 아무나 한약을 지을 수 있고 팔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리학에 근거한 서양 의학적 지식이 없이 마구 한약을 지어서 파는 것은 엄청난 화근(禍根)이 될 수가 있다.
약(藥)은 독(毒)이다.
종종 이곳 침술사들이 써대는 칼럼들 가운데 이러이러한 경우에는 무슨 탕(湯)을 쓴다고 옮겨온 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적어 놓은 탕약을 보면 성분 가운데 부자(附子)와 같은 독극물과 중금속인 주사(朱砂) 그 외 마황을 비롯한 금기 약물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먼저 의학의 기본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세상이 달라 졌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의 상황에 맞는 약재의 선택과 사용을 모르면서 이런 저런 약을 복용하라고 마구 적어 봐야 결국 사람을 죽이는 독약(毒藥)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고 사람을 살리는데 약(藥)을 바로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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