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FTA 환경
한미 FTA를 앞두고 한미 양국의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모양이다.
지난 해 한미 FTA 협상을 놓고 한국의 어느 한의사 글을 필자의 칼럼에 소개 한 적이 있었다.
한미 FTA 협상이 체결되면 미국에서 침술을 배운 사람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하여 한의학 의료 시장의 방어적 측면에서 결사 항전의 뜻을 표시 하였기 때문이다.
이곳의 침술사를 ‘침사(針士)’라 칭하며 비교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겼던 것이다.
마치 장교와 사병 신분의 넘지 못 할 신분적 차이로 비교하였다.
물론 한국에서 한의과 대학을 진학 못하여 온 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곳의 한의과 대학들이 한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면서 내 걸던 문구도 ‘미국에서 한의사 되기’ 이다.
‘의사’라는 타이틀에 의한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닥터 라 일컫는 ‘한의사’란 직업 명칭이 없다.
다만 ‘침술치료사’일 뿐이나 자칭(自稱)하여 ‘한의사’ 인 것이다.
이점을 한국 한의학계에서 부각시키며 ‘침사(針士)’로 까지 비하 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과거 한의학을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어느 날부터 흰 가운 입고 한의사 행세를 하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많았었기에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면 양국의 의료 시장이 개방되어 미국으로 부터 수준 이하의 ‘침사’들이 대거 유입 될 경우를 상정하여 항전 의지를 다졌던 것이다.
너무 연연하지 말아라
최근 한국 한의학계에서 미국의 침술 수준을 1980년대 정도의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는 뉴스가 올라 왔다.
예전에 미국에서 침(針)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약이 무엇인지를 몰랐던 때에는 아무나 한의원 간판 걸고 흰 가운 입고 비즈니스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근래 각 주(州)에서 NCCAOM이라는 미국 국립 침구와 동양의학 인증위원회의 인증을 받은 사람들에 한하여 침술 치료 비즈니스를 하도록 사업장 면허를 교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WY주를 비롯하여 중남부의 8개 주에서는 NCCAOM의 인증 시험 없이도 한의원 내서 흰 가운 걸치고 침(針)을 찌르며 자칭 한의사 행세를 할 수가 있다.
문제는 ‘침사’건 ‘침술치료사’건 ‘한의사’건 호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한의학을 배우고 얼마나 많이 무시 당하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서양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 한 것이다.
과연 알고 있느냐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느냐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새로운 환경의 변화
최근 두가지의 중대한 시도가 있는 것을 본다.
부항 요법을 ND들이 가져가고 MD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통하여 침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리고 NCCAOM에서는 중국의 중의과 대학과 한국의 한의과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게 NCCAOM의 인증 시험을 응시 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한국의 서울 한복판에 NCCAOM 시험장을 개설 하였던 것이다.
흔히 ‘침사(針士)’라 하면서 닥터와의 신분적 차별화를 시도하던 한국 한의학계에서 스스로 NCCAOM 인증 시험에 응시하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협정의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침술 수준을 1980년대 정도로 얕잡아 보며 NCCAOM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관점에서 이곳에서 회귀하는 침술사들을 막을 것이 아니라 직접 본토 상륙을 위한 공격 개시인 것이다.
제3의 길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서양 의학과 동양의학의 인적인 교류를 통하여 새로운 학문적 공감대를 형성 할 때이며 이것에 ‘제3의 의학’으로 환자들의 고통 경감과 의료비 재정의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되리라 여기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 의학의 놀랄만한 발전 가운데 의료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치 난치 질환의 경우 너무 많은 약물의 오용과 남용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반면에 한의학의 경우 놀라운 치유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침술사들의 현대 의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양방 의사와의 학문적 의사 소통에 있어 의학적 지식의 한계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다.
근래 워싱턴주에서 부항 요법을 ND에게 주고 일정기간의 간단한 기본적 술기 교육을 통하여 MD들에게 침술 치료를 허락하겠다는 의도는 침술사들의 의학적 한계를 보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의원 직원이나 원장 부인 등이 부항을 하거나 침을 찌르는 무면허 의료 행위가 횡행하며 벌침(蜂針)을 비롯한 용인되지 않은 수많은 불법 시술에 따른 부작용의 결과에 기인 하는 것이다.
물론 넓은 의미로는 침술의 효과를 인정하고 정통 의학인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려는 수순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점점 가짜가 설 땅이 좁아지며 실력이 모자라면 도태 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지피지기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
정확한 상황 인식이 요구되는 때이다.
한의학의 본질과 한방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한방을 교통사고 전문으로 만들고 교통사고 환자에게 MRI를 찍어 주겠다는 것은 한의학의 앞날에 재앙(災殃)이 되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MRI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MRI의 영상 소견에 관한 의학적 지식이 없이 MRI 검사를 해주는 것은 안전핀을 뽑고 들고 있는 수류탄과 같기 때문이다.
일부 의료인에게 침자리 몇 개 알려주고 침 놓게 하려는 주 정부의 생각보다 더욱 위험 천만한 발상인 것이다.
아무리 ‘침사(針士)’ 라 여김을 당한다 할 찌라도 침통 들고 찔러대는 일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똑같다.
자칭 ‘한의사’라 칭하며 흰 가운입고 기를 쓰고 나설 필요 없다.
침(針) 한대로 낫게 하면 그것이 바로 의술이고 의사가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는 결코 비교(比較)가 없는 것이다.
‘의사’라 불리어 지기를 원하며 신분 상승을 위한 가식적인 과장 광고가 필요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合)하여 선(善)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음양(陰陽)의 이치이며 한방의 도(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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