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은 천지개벽 (天地開闢)의 역사이다. 살을 찢으며 나오는 해산의 고통스런 과정은 산모 뿐 아니라 아기에게도 경천동지(驚天動地) 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산의 고통
오랜 세월 산부인과 의사로서 수많은 아기들의 분만을 개조해 왔지만 해산을 앞둔 산모들의 신음 소리에는 언제나 부담스러움이 있는 것이다.
특히 자궁 수축에 따른 산통이 올 때마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몸부림치는 산모를 만나게 될 경우에는 마치 전쟁을 치루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창세기 성경 말씀에 원죄로 인하여 해산하는 수고를 주었다고 했지만 유난히 한국 여성들의 산고가 더 심한 것 같다.
필자는 여자들의 엉덩이에 관심이 많아 히프를 유심히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직업 탓인지는 몰라도 골반의 모양 상태가 순산과 난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종종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쇼핑을 나오는 경우를 볼때면 인형과 같은아기가 더욱 작게 느껴 질 때가 많이 있다.
대체적으로 신생아의 몸무게는 7파운드 정도이나 이곳 여인들의 엉덩이가 발달 된 탓에 순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의 운명
옛날에는 아기를 나으면서 산모들이 많이 죽어 갔다.
아기 낳으러 들어갈때 벗어 놓은 신발을 바라보면서 ‘저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을런지’ 하였다니 목숨 걸고 출산을 하였던 것이다.
당시는 남존여비 사상으로 아낙네들을 하잖게 여길 뿐 아니라 먹을 것도 부족했던 보릿고개의 세상이었으므로 평소 챙겨 먹을 것도 없이 태아에게 영양분을 다 빼앗기기 때문에 산모의 영양 상태로는 제대로 힘을 줄 수도 없었을 게다
아들이나 낳아야 몸조리 조차 할 수가 있었지 딸을 낳고서야 쌀밥에 미역국을 한사발 챙겨 먹을 수도 없었다.
아무리 임신을 했더라도 진통이 와 애 낳는 날까지 집안일하고 밭일을 해야 했으며 애 낳고 일하러 밖으로 나갔던 세상이었다.
배(腹)가 꺼질 틈도 없이 줄줄이 애를 낳으며 살아야 했던 이땅에 태어난 여인네들의 기구한 운명이며 슬픈 삶이었다.
달라진 세상
먹고 싶어도 먹을것이 없어 초근목피로 허기를 채워야 했던 세상과는 달리 먹을것이 넘치는 세상에 너무 먹거나 먹어서는 안되는 것까지 ‘식도락’이라는 미명하에 입에 넣는 세상이 되었다.
유난히 ‘보약’을 찾는 세태는 밝히는 당사자들의 문제도 있지만 ‘보약 보약’ 하면서 장사하려는 얄팍한 상술을 부리는 자들의 농간이 더욱 큰 문제이다.
시중에 ‘산모 보약’이니 ‘고3 보약’이니 하면서 온갖 것 갖다가 붙이고 있다.
언젠가 산후보약 이라는 침술사의 글에 제 딴에는 무엇 무엇을 이렇게 저렇게 쓴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그 무지함을 탓 할 뿐이다.
죽느냐 사느냐
세상이 달라졌고 산모의 상태가 다른 것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 이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산전 관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산모들의 보약에 관하여 그럴듯하게 소설을 쓴 것이다.
‘불수산(佛手散)’이라는 한약이 있다.
이름 그대로 부처님 손을 뜻하는데 천궁과 당귀 두가지로 만든 약이다.
산모가 순산하도록 도와 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제대로 못먹던 세상에 분만 할 때 제대로 힘을 줄 수 있도록 먹이는 것으로 여기에 인삼과 녹용을 더하면 기운이 부족한 것과 산후 출혈로 인한 허약함을 돕게 되는 것이다.
풀뿌리 두가지를 다려 먹이면서까지 종교의 힘을 의지하려는 것은 먹을 것이 없던 그시대 애를 낳는 것이 생사(生死)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천지 개벽의 새로운 역사
오늘날은 해산의 고통이 무서워 아예 ‘제왕 절개 수술’을 받는다거나 무통 분만을 원하여 ‘경막외 마취’를 이용하는 세상이다.
태아를 분만하기 위하여 세상이 노랗다 못해 혼절하기도 하며 때로는 마지막 힘까지 쥐어 짜내면서도 아기를 낳지 못하고 죽어가야 했던 수많은 산모들의 한(恨)맺힌 세상과 비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산모의 영양 상태도 좋아졌고 분만하는 의료 환경도 달라진 세상에 아직도 ‘산모 보약’운운 하면서 ‘부처님 손’이 어떻다고 장사하려는 얄팍한 상술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임신과 출산에 관한 해부와 생리를 제대로 알고 분만 전후의 산모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며 출산을 마친 산모의 상태에 따라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가장 적적한 산후 회복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전치태반과 태반조기 박리 그리고 둔위와 횡위의 태아 상태와 임신 중독증과 임신성 당뇨를 제대로 알아야 산모와 태아를 도와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도 모르면서 없는 이름 붙여가며 이보약 저보약 해봐야 오히려태아를 죽이고 산모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수도 꼭지가 옆에 있는데 우물물 퍼 올릴 두레박 찾을 일 없다.
무엇보다 달라진 세상을 구분 할 줄 아는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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