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일 수요일

4월은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Thomas S Eliot의 황무지라는 시입니다
매우 난해한 詩이지만 옛날 대학 입학 시험에 나와 틀린적이 있어 첫 구절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원 제목은 The Waste Land인데 벌써 잔인하다고 했던 그 4월이 왔습니다

봄 기운따라 곳곳에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것을 보게 되지만 오늘 아침 출근 길에는 진눈깨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매일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북으로 하루는 남쪽으로 40마일, 다음 날 하루는 북쪽으로 20마일씩 다니는데 조금만 동쪽으로 벗어나면 아직도 도로에 눈이 많이 쌓여있다고 합니다
가다보면 멀쩡하게 해가 나는 곳이 있고 비가 마구 내리기도 하는것이 참 다양한 모습입니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의 변화무쌍이라 하겠습니다
내가 사는곳이 밸뷰인데 워싱턴주에서 씨애틀과 함께 고층 건물이 많고 마이크로 소프트와 함께 발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밸뷰 주택가에도 곰이 나타나니 자연과 가깝다고 해야 할런지요
진눈깨비로 날이 궃어 따끈한 시애틀 커피를 한잔마시는 한가로운 시간입니다

왜 4월을 잔인하다 했는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제목이 Waste Land이니 황무지라 할 수도 있고 버려진 땅, 쓸모없는 땅이라 할수도 있고 쓰레기 터라고 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詩를 쭉 읽어 내려가다 보니 '죽음'을 의미하는 것들이 많이 있음을 보며 일차 세계대전의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그땅, 그세상을 Waste Land라 표현 하지 않았을까 유추해 봅니다
어제 오후에 커클랜드집에 들려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이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동네를 산책하시며 집 앞에서 사진도 찍으셨고 꽃들을 보며 그리고 다람쥐들을 보면서 흐뭇해 하시던 모습들이 떠 올랐습니다
아침마다 출근하노라면 리모콘으로 작동을 하는데도 꼭 나와서 차고문의 스위치를 눌러주면서 늘 배웅을 해 주시던 모습이 생각 났습니다
집과 동네는 그대로이며 마당의 꽃과 나무들은 변함이 없이 봄이 되니 꽃피고 새싹이 돋는데
함께 보시며 말씀하시던 어머니는 안 계시니 생각 할 수록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虛해 지는것을 금 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서 계시던 자리 그리고 앉으셨던 자리가 그대로이나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불러 보고 싶으나 참으로 허전 할 뿐 입니다 정말 이땅 이세상은 인가 봅니다
세상 살이가 이처럼 虛한 것인데 너무도 많은 虛한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봅니다
곰곰이 돌아보면서 Waste Life가 되지 않도록 살아가야 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부활절을 준비하는 사순절 기간입니다
하늘 나라로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를 통하여 다시금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실낙원 - Waste Land - 에서 천국 낙원을 생각 합니다
가장 잔인하다는 4월이 예수님의 부활을 통하여 가장 영광스러운 4월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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