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학문이 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醫學)만큼 오묘하며 조심스런 분야는 없을 것이다.
건물을 짓다가 잘못되면 부수고 다시 지으면 되고 그림이나 도예를 하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다시 그리거나 다시 빗고 구워 내면 된다.
화학이나 물리학처럼 여러 가지 실험을 해야 되는 경우에도 실험 결과에 따라 수백번 수천번의 실험을 반복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 분야에서는 사람의 몸에 약물을 주입하고 난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하여 이미 투약된 약물을 뽑아 내고 다른 약물을 바꾸어 주입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외과 수술의 경우 수술이 잘못 되었다고 하여 떼어난 장기를 다시 붙이고 다른 장기를 적출 할 수 없는 이야기 이다.
그만큼 의학이란 한치의 실수도 용납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억울한 환자들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한방병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분 들로부터 많은 소리를 듣게 된다.
어제 내원하신 목사님은 어느 한의원에서 “간(肝)이 경직되어 딱딱하게 굳었다”는 진단을 받고 한약 한재를 지었는데 복용 후에도 효과가 없다며 한약 봉지를 들고 찾아 오셨다.
다른 한분은 침술사로부터 약침(藥針)을 맞고 부작용으로 응급실로 실려가는 등 죽을뻔하고 깨어 난 후 부터는 가슴이 조이는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다 하였다.
두 분의 환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명언(名言)을 생각하였다.
보고 배우고 익혀라
먼저 간(肝)의 병리(病理)에 대한 의학지식의 무지함에 놀랄 뿐이며 약(藥)이 독(毒)이 될 수도 있는 약리(藥理)도 모르는 만용에 경악 할 따름이다.
간(肝)에 관한 해부학적 구조는 한의학이나 서양의학에서나 다 같은 간 덩어리이다.
다만 현미경적 구조와 분자 생물학적인 생리 기전을 밝혀낸 현대 의학과는 달리 그모양이나 생김새에 따라 장군(將軍)같으며 혈액을 저장(藏血)하고 소설(疏泄)을 주(主)한다고 하였다.
현대 생리학과 병리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어떻게 알았을까?’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좌간(左肝)으로 설명을 하는 것을 볼 때 오른쪽 왼쪽도 구분을 못하는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필자가 한의과 대학에서 강의 할 때 좌간(左肝), 우폐(右肺)로 알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해부학을 그림책으로 공부하는 한계를 많이 보았다.
물론 오른쪽 왼쪽의 관점이 음양이라는 개념적 이치로 이해하여야 하는 것을 해부학적 무지와 한의학적 깨달음의 부족이라 느끼게 되었다.
제대로 알기나 하나
환자에게 ‘간이 딱딱하게 굳었다’고 하면서 한약 한재를 먹으라고 하는 침술사가 있으니 한의학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의사들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간(肝)이 어떻게 생긴 것 인지를 모르고 간경화가 무엇인지를 모르니 ‘딱딱하게 굳었다’고 하면서도 치료한답시고 한약을 먹으라 하는 것이다.
간(肝)은 만져보면 따끈따끈하고 보들보들한 장기이다.
‘딱딱하고 굳었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간이 섬유화되면서 점차 굳어져 가는 것을 간경화, 간경변이라 진단 하는 것이다.
간경화가 진행되어 그야말로 딱딱하게 굳어가게 되노라면 복수(腹水)가 차오르게 되고 결국 죽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자에게 한약을 먹으라는 것은 마시고 죽으라는 말과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참으로 무식하면 용감하고 무식한 만용은 사람을 죽이게 된다.
약리에 관한 지식도 없으면서 함부로 약침(藥針)을 찔러대는 것 역시 무식한 용기의 극치이다.
약침(藥針)이란 주사와 같은 이치로 약물을 주입하는 것으로 자침과 함께 약의 성상에 따라 효과를 극대화 시키려고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한약이 약이 아니고 보조식품으로 분류된 탓에 아무나 한약을 다려서 팔 수가 있다.
즉 침구사는 약물을 다루는 자격이 없으므로 약침 치료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의사들도 약의 성분에 따라 근육이나 피하, 정맥내 주사를 하는데 정맥내로 투입 해야 할 약물이 흘러나와 근육이나 피하에 투약이 되는 경우 조직이 썩게 되는 괴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살인의 길
그러나 정맥인지 동맥인지 혈관도 구분 못하며 정맥 주사 한번 제대로 놓아 본 적이 없는 침술사들의 경우 용감하게 약침을 찔러대는 것은 무지와 무식의 탓이다.
딱딱하게 굳어진 간을 치료하는 한약을 지어와 복용하였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던 목사님은 필자에게 침을 맞으면서 기운도 나며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였다.
육십 평생 침을 맞아보지 않았던 목사님은 침이 이렇게 좋은 것을 몰랐다고 했다.
질병에 대하여 제대로 모르고 인체의 해부와 생리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으므로 진단을 잘못하고 치료를 잘못하는 것을 볼 때 염려되는 바가 크다.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잘아는 것처럼 무조건 한약을 먹으라 든지 마구 약침을 찌르겠다고 달겨드는 것은 사람을 살리려는 것이 아니고 살인자의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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