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학책의 끝부분에는 ‘경우의 수’를 시작으로 확률과 통계 부분이 있다.
모든 의학이 확률과 통계를 기준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므로 환자의 예후를 말할때 매우 중요한 논거가 되고있지만 필자의 체질상 확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계적인 확률이 얼마로 나오던간에 살고 죽는 문제는 ‘All or None’이다.
예전에 필자가 대학병원에 있을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니 마취과와 중환자실에서 찾고 있었다.
내용인즉 필자의 사돈되는 집안의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어렸을때 미국으로 이민와 미군에 들어가 한국에서 미8군 사령관 운전병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밤에 여자친구와 차를 몰고가다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곳은 없었으나 유리파편에 의한 안구출혈이 있어 유리파편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을 받았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죽은것이다.
사인은 ‘Malignant Hyperthermia’로 귀결되었으나 부검이 결정되어 미8군 관계자를 비롯하여 필자도 입회하였다.
ALL OR NONE
근래 인터넷에는 성형수술 도중 마취 부작용으로 젊은 사람들이 죽는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유방을 크게하고 뱃살 지방을 빼며 턱을 깍다가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산부인과 개인병원을 하면서 하루에 십여차례 이상 수술을 위하여 IV마취를 하였지만 종종 놀래키는 환자들이 있었다.
먼저 마취시키고 기구를 넣게 되는데 때로는 기구가 들어가지가 않는 황당한 경우가 있어 시간을 지체하게 되므로 마취약의 용량을 높이게 되면 그만큼 위험 부담률이 커지는 것이다.
깨어나는데에도 시간이 걸리며 간혹 구토라도 하여 기도로 넘어가게 되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간단한 처치라 할지라도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 할수 있기 때문에 있을수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의학적 지식과 술기를 연마하고 오랜 수련기간에 의한 많은 경험을 요구하는 것이다.
51 대 49
반면에 한의학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기준의 척도가 없다.
바늘(針)로 찔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찔러 댈수가 있기에 흔히 가정에서 할머니들이 손을 따주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침(針)치료인 것이다.
알고 모르고 부작용이 있건 없건간에 바늘로 찔러 증상의 호전을 본다면 침술치료를 한것이다.
이땅에서 침술치료사의 시작이 이렇게 되었다.
서양의학이 ‘All or None’이라면 한의학은 ‘51대 49’이다.
따라서 서양의학은 환자를 위하여 의학지식과 술기를 극대화 시켜야 하는것이나 한의학은 ‘한끗차이’이므로 도토리 키재기이며 제대로 모를지라도 한번 찔러 ‘용하다’는 명의(名醫)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生死의 갈림길
아무리 질병에 관한 치료의 예후가 좋다고 하여도 그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믿을수 없는 확률이며 사망률 백퍼센트가 되는 것이다.
반면 한의학은 시작이 반(半)이고 오십보 백보이므로 찌르다보면 잘나을수도 있다보니 저마다 침통들고 나서게 된다.
그러나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그 부작용은 죽고 살고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주위에서 용감하게 찔러대다가 사람을 못쓰게 만든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51과 49의 차이는 한끗에 불과하지만 그결과는 되고 안되고의 차이이며 영원히 돌이킬수 없는 괴리가 되는 것이다.
한의학의 미묘한 한끗차이의 비밀은 음(陰)과 양(陽)의 이론적 근거로 아직도 현대의학과 과학으로 규명되는 논리가 아니지만 현대의학적 개념으로 해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한의학적 음양(陰陽)이론을 혹자는 양이온 음이온으로 설명을 하기도 하고 산화와 환원의 개념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 과학에 의한 전자현미경적 구조와 현대 의학에서 보는 세포생리를 이해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인체를 이루는 세포와 조직 그리고 기관의 관계를 조직학적으로나 해부학적으로 알아야 하며 각 세포 조직 기관의 생리와 병리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확률인생
어디서 주워들은 몇마디 가지고 부풀리는것은 ‘모 아니면 도’의 로또 인생이다.
인생은 확률이지만 확률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과 정진이 필요한 것이다.
대충 보고들은것 가지고 함부로 침통을 흔드는것은 무식한자의 소행이요 그러한자에게 몸을 맡가고 무수히 침을 찔리는것은 무지함의 소산이다.
요즘 방송국 직원의 부인되시는 분이 치료를 받는데 호소하는 증상들이 다양하였다.
혀끝이 말라온다, 귀가 울린다, 팔다리가 저리다, 어깨가 갑자기 아프며 떨어진다, 고관절이 돌릴때 아프다는 등 마땅한 진단적 검사방법이 없을 뿐아니라 뾰족한 치료의 방법도 없는 난감한 증상들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한방 치료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방의 매력에 새삼 놀래는 신선한 충격이다.
‘그중에 하나 맞으라’는 로또식 복권이 아닌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수’를 찾아가는 한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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