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6일 일요일

맥진(PULSE DIAGNOSIS)

한의사를 하다보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다보면 불쑥 손을 내밀며 맥(脈)을 보아달라는 분들을 만나게 될때가 많이 있다.
그동안 오랜세월을 양방의사로 지내오면서 양방의 경우에는 맥(脈)이라는 것이 심박동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직 빠르고 늦고의 차이와 불규칙하거나 심박동시 나타나는 잡음을 보는것으로 대개 청진기를 사용할 경우 쉽게 진단이되며 까다로운 경우 심전도 검사나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하여 감별 진단을 하게 된다.
요즘 디지탈 혈압계가 널리 보급되어 가정에서도 편리하게 혈압을 측정하게되는 경우가 많으나 디지탈 혈압계의 경우에는 평균 산술치를 나타내게 됨으로써 부정맥의 경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를 못하는 것이다.
흔히들 드라마에서 손목에 실을 묶고 문밖에서 맥을 보면서 "회임을 했다"고 진단하는 장면을 많이 보아 왔으나 이는 드라마의 극(劇)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필자는 한마디로 거짓이라 단언을 한다.
임신의 맥상이 활맥(滑脈)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활맥은 정상인(正常人에게서 나타나는 맥으로 활맥만 가지고 임신이라 하는것은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치라는 말이다.
필자가 WA주에서 한의사로서 한의원을 개원하려 했을때 이곳에서 오랬동안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으로 활동을 하셨던 선배 어른께서 경험담으로 어느 한의사가 수술하여 자궁을 떼어낸 사람더러 맥을보고 "임신을 했다"고 하여 산부인과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신적이 있었다.
필자의 경우에도 산부인과 개원의사 시절에 맥을 보고 남자아이라고 했다며 내원하는 산모들이 많았음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전해오는 맥(脈)의 종류에는 왕숙화 선생의 맥경에 기록된 24종과 그외 4종을 합하여 28가지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 분류하여 진단하려는 선생의 업적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나 오늘날에는 그렇게까지 세분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렇게 세세하게 감별 할 능력이 있는 한의사도 찾아 볼수가 없는 것이다.
본래 한의학적인 진단 방법에는 망(望), 문(聞), 문(問), 절(切)의 네가지가 있으며 네가지 진단 방법 가운데 하나인 절진(切珍)에 속하는것 중의 하나가 맥(脈)을 보는 것이다.
절진이라는 것이 의사가 환자의 몸을 직접적으로 만지는 것으로 만져서 느껴지는 촉각으로 진단을 하는 것이니 손목이나 발목 또는 인영부위등 맥박이 뛰는 부위만 만지는 것이 아니라 복부를 만지는 복진을 비롯하여 피부 근골 기육 사지를 만지게 되는 것이므로 맥을 짚는다는 것은 진단 방법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난경(難經)에 이르기를 보아서(望) 아는 의사는 신(神)이라 했고 들어서(聞) 아는 의사는 성(聖)이라 했으며 물어서(問) 아는자는 공(工:전문가)이고 만져보아야만(切) 아는 자는 교(巧:재줏꾼)에 불과한 것이라 하였다.
사상의학의 태양인 이제마도 "맥이라는것은 병증을 아는 하나의 방편으로 그원리는 부침지삭에 있을 뿐이요 반드시 여기서 기묘한 이치를 찾을 필요는 없다" 하였다.
필자의 경우에는 맥을 보는 경우에 부(浮), 침(沈), 지(遲), 삭(數), 허(虛), 실(實) 오직 여섯가지만 을 보는데 대체적으로 맥을 보기전에 어느정도 진단의 윤곽이 다잡히고 다만 확인의 차원에서 맥을 보는 것이다.
오히려 환자들의 과거력상 양방적인 검사와 소견을 모두 종합적으로 취합하여 이를 양방과 한방적으로 비교 설명하고 가장 합당한 치료 방법을 제시하여 줌으로써 환자들의 이해를 돕고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데 최상의 방법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이 달라졌는데 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어리석은것이다.
오늘날 현대 과학으로 대변되는 양방의학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여 인간복제가 가능해진 상태에 까지 이르렇으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과학적 사고와 논리적 개념으로 보자면 전통의 한의학이 아주 보잘것없는 미신적인 것이고 용도 폐기 처분할 분야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양방과 한방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볼때 한의학 가운데 미신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삭제시켜야 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당시 직관을 통하여 그정도의 유추적 발상을 해낼수 있었다는데 위대함을 치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현대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부분을 논한 선조들의 주장은 철저한 고증과 함께 앞으로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있어야 할것으로 믿는다.
양방의학에서 단순한 요골동맥의 맥박을 좌우로 나누어 비(脾), 폐(肺), 신(腎), 심(心), 간(肝)으로 구분하여 오장육부를 들여다 보려는 시도 또한 대단하다 하겠다.
오늘날의 과학 기술의 발달 시각으로 보자면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던 고대시대의 상황 가운데 참으로 말도 안되는 황당무궤한 소리가 있기도하나 옛 조상들의 소박하고 초라하지만 그나름대로의 높은 안목이 있었음을 알아야 할것이다.
다만 오늘날의 한의학을 전공하는자들의 몫으로서 현대 과학 문명의 세계에 본분과 도리를 다하여야 할터이나 배움에 정진도 하지 않으며 대충 어림짐작으로 나으면 다행이고 안나으면 할수 없다는 식의 환자의 팔자 소관 탓으로 돌린다면 모두의 불행이 되는 것이다.
간혹 환자분들 가운데는 어느 침구사는 맥을 짚으면서 오장육부 어디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으니 어떤 한약을 먹으면 낳게해준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는데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한의학적 음(陰)과 양(陽)의 순환 개념으로 보자면 모든 사람이 한방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할때 직선 주행을 한다하여도 운전대가 고정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듯이 살아있는 그자체가 음과 양의 끊임없는 전화(轉化) 과정 가운데 이루어지는 동태적 평형(平衡)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방의사로서 본인도 제대로 모르고 환자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지도 말아야 할것이며 환자분들도 맥이나 잡고 제대로 이야기나 하는지 시험하려는 의도를 가져서도 아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시금 한방을 맥(脈)이 전부인 것으로만 알지를 말것이며 특히 이곳 침구사들의 경우 맥진을 하면서 반드시 혈압을 재야 할것이나 디지탈 혈압계를 사용하지 말고 수은식 혈압계를 사용하여 맥의 소리를 들으면서 진료를 할 것을 권면하는 바이다.
오늘날 첨단의 과학을 한의학에 응용 적용하는것이 현대 한방 의사들의 책무가 되는 것이며 환자의 입장에서는 현대 물질 과학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보완적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보완의학이며 대체의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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