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의 효과

침(針)은 바늘 침자(字)로 바늘의 끝을 첨(尖)이라 하는데 첨字가 뾰족할 첨(尖)이므로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양을 의미한다.
즉 찔리는 것을 연상하게 되므로 공포의 대상이며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벌’하면 벌침이 떠오르며 벌침에 쏘이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것과 같다.
필자는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醫師)가 되고 수련의사를 거쳐 전문의가 된후 한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관념적이며 비논리적인 한의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필자와 함께 한의학을 공부하던 어느 의과대학 약리학 주임교수의 경우 한방의 효험을 인정하면서도 한의학 논리의 전개에 대한 비합리적인 모습에 갈등과 회의를 느껴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도 의과대학 시절부터 한방에 관심이 많았지만 제대로 설명이 안되고 한의학 이론과 상충되어 몇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었다.
그러나 침(針)치료의 매력이 붙잡아 매었다.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침술의 원리는 경혈을 자극하여 기와 혈의 운행을 촉진시켜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그러나 지금도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이나 경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를 못하며 기(氣)와 혈(血)에 관하여 정확한 이해가 안되고 있다.
즉 현대 의학적인 해부학이나 생리학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술치료의 뛰어난 효과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자침 즉시 통증이 경감되는 경우도 많이 보지만 때로는 침을 맞으면서 예기치 못한이런 저런 증상들이 없어졌다는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떄마다 치료하는 필자 자신도 놀라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침술 치료의 묘미이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침을 찌르기 전에 외과적인 수술을 하듯 만져지는 부위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생각하고 느끼면서 찌른다.
외과 수술을 하다 보면 사람마다 근육, 혈관, 신경들의 주행이 각기 다르다.
또한 오장육부의 생김새들의 차이가 난다.
마치 손가락이 다르고 지문이 서로 다르듯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달라진 상황의 변화
한의학을 현대의학적인 관점에서 분석을 하노라면 틀린점이 너무도 많지만 현대의학적인 지식을 갖춘 후 한의학적인 개념의 정립과 적용이 필요한 것을 절감한다.
침을 찌르는 경혈의 위치를 ‘어디에서 몇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촌(寸)의 길이가 손가락 마디의 폭이나 길이로 정했는데 대개 일인치와 유사하지만 정확한 칫수가 아닌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며 경혈 한자리에 수백개의 침을 찌를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한의학은 감(感)의 의학이다.
경락의 유주에 관한 흐름과 주변 장기들에 관한 궤적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한방의 치료는 감(感)을 터득한 도(道)로 치료를 해야 한다.
서양의학과는 진단과 치료의 접근 방법이 다르다.
침술의 뛰어난 효과는 제대로 모르고 찔러도 어쩌다 나을 때가 있으므로 누구나 침통들고 나서며 치료를 하겠다고 한다 .
문제는 모르고 찌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설칠일이아닌 것이다.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의 감별이 중요하다.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치료하겠다고 붙잡아 시간과 돈을 낭비시키고 회복의 기회를 놓쳐 생명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느쪽 방향으로 가야 올바른 길인지 아는 의학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침술치료는 이러한 분별력을 가지고 있을 때 치료의 효과를 높일수가 있으며 환자들로 하여금 치료의 감격을 맛보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의학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천년 전의 의학 지식은 오늘날의 현대 의학과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조들의 질병과 치료에 관한 지혜로운 관(觀)을 잊어서는 안된다.
질병의 종류도 수천년 동안 수없이 변화 했다.
환자를 진료하노라면 호소하는 증상들이 난감한 경우가 너무도 많이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타나는 검사의 이상소견이 없지만 계속되는 불편한 증상들을 대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치료의 방법은 별로 없는 것이다.
바늘의 능력
환자를 바라보며 가느다란 침(針)한대의 효과를 그려본다.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며 침 한대를 찌르게 된다.
과연 어떠한 반응이 나타날런지 사뭇 기대가 큰 것이다.
어찌 할수 없는 상황가운데 치료의 대안으로 침통을 들어야 한다.
아직 현대의학에서 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수많은 증상들의 해결 방법이 침술에 있다.
이러한 비밀에 관한 의학적 지식이 있을 때 치료의 효과는 놀라운 것이다.
그러나 침술로 모든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직 치료의 대안이 되어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