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폐경

과거에는 폐경 이후의 삶이 길지 않았지만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점차 폐경 이후의 삶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폐경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1/3 이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폐경(閉經)’ 대신 여성 스스로를 완성시킨다는 의미로 ‘완경(完經)’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폐경을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폐경은 자손을 낳고 양육하는 의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라는 조물주의 섭리로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폐경 – 새로운 시작
폐경을 준비하고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폐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폐경이란 여성에서 난소의 기능이 소실됨에 따라서 생리가 영구히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여성은 출생 시 양측의 난소에 각각 100만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총 200만개의 난자 중 사춘기가 될 때까지 서서히 퇴화하여 약 4만개의 난자만 남게 된다. 생리를 시작하면 이후 매 주기마다 여러 개의 난자 중 가장 잘 자란 난자만이 배란이 되어 일생을 통해 약 400-500개의 난자를 배출하게 되고 나머지는 모두 퇴화된다. 대개 50세를 전후로 난자를 모두 소모하여 더 이상 동원할 난자가 없게 되면 난자를 성숙시키는 난포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도 더 이상 분비되지 않아서 여성호르몬이 부족하게 되어 갱년기 증상 또는 폐경 증후군이라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생기게 된다.
갱년기 증상
갱년기 증상 또는 폐경 증후군이란 폐경기가 가까워지거나 폐경이 되면 체내의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감소하여 발생하는 증상들로 급성 증상으로는 갑작스런 여성호르몬의 감소로 혈관 운동성의 장애가 발생하여 안면 홍조, 야간 발한, 두통, 불면증 등이 생기게 되고 여성호르몬 부족이 대뇌의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미쳐 우울, 신경과민,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짜증, 의욕상실, 자신감 상실 등의 심리적 증상들이 나타난다. 폐경 1-2년 후부터는 급만성 증상으로 장기간의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질과 요도의 상피가 얇아지고 위축되어 질 건조증, 외음부 가려움증, 성교 시 불편감 또는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세균성 질염이 많아 지므로 방광염에 잘 걸리고 요실금이 발생하거나 증상이 심해지게 된다. 그리고 피부의 아래층인 진피층에서 교원질이 감소하여 피부가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가려움증이 잘 생기게 된다. 폐경 후 수년이 경과하면 만성 후유증으로 골소실이 많아져 쉽게 골절이 일어나는 골다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골다공증은 골절로 인해 운동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나빠지고 의료비가 증가할 뿐 아니라 다른 합병증이 생기면서 노인 사망의 중요한 간접 원인이 되고 있다.
호르몬 대체요법의 득과 실
이러한 폐경으로 인한 증상들은 모두 체내에서 생성되는 여성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러한 증상의 완화 및 예방을 위해 외부에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호르몬 대체 요법이 개발되었고 이때 보충해주는 여성호르몬은 에스트로젠 단독 또는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을 같이 투여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호르몬 대체 요법은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여러 가지 갱년기 증상들을 예방할 뿐 아니라 동맥경화, 뇌졸중(중풍),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줄이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 발표에 의하면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을 4년 이상 투여했을 때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고 심혈관계 질환과 치매의 예방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의학자들 사이에 이 연구결과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성교통 등의 폐경 증상이나 폐경 후 골다공증이 없다면 호르몬 대체 요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좋은데, 운동이 부족하면 뼈의 무기질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에 가장 좋은 운동은 체중부하 운동인데 걷기나 조깅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대안
산부인과 전문의사로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공부한 필자의 경우 호르몬 요법보다는 침과 한약에 의학 갱년기 증상의 치료에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였다.
폐경이라는것은 매달 찾아오는 ‘달거리’의 불편하고 성가심으로 부터 해방이 되는 편리함과 함께 성생활에 따르는 임신의 염려로 부터 자유함을 누리게 되지만 한편 월경이 멈춤는것이 노화의 과정이며 젊은 매력의 상실로 인식되는 심리적 충격이 더욱 큰것이다.
더구나 호르몬 치료시 병발할수도 있는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의 위험성도 없는 침과 한약에 의한 한방 치료법은 훌륭한 치료의 대안이 된다.
이곳의 모든 한의원 광고에는 ‘한방부인과’전문이라 적고 생리에서부터 갱년기 까지의 온갖 증상을 열거해 놓으며 불임에서부터 산후보약까지 모든것을 광고해 대는것을 본다.
아는것이 힘이다
그러나 ‘월경’에 관한 여성의 해부 생리학적 기전을 제대로 모르고서는 함부로 치료하겠다고 나설일이 아니다.
여성 내분비의 생리와 여성 생식기의 해부에 관한 전문적 지식도 없이 한방부인과 진료를 써붙이고 종종 생리와 폐경에 대하여 호르몬 운운하며 칼럼들을 써대는 침술사들이 있는데 과연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분비 기전에 관하여 제대로 알고나하는 이야기인지 의문이다.
제대로 알아도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것이 의학인데 대충 어림짐작으로 “나으면 좋고 않나으면 할수없다”는 식으로 치료하려는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특히 내분비 의학의 경우 아주 섬세하기 때문에 모르면서 대충 치료해서는 안되기 떼문이다.
인생의 전환점
여성에서 폐경에 따른 증상들은 가급적 피하면 피할수록 좋겠지만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도 이를 피할 방법은 없다. 갱년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 보다는 이를 잘 이해하고 고통스러운 폐경 증상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울, 신경과민, 의욕상실 등의 심리적 증상들은 여성의 폐경에 대한 태도, 경험, 성격 등의 요인에 크게 좌우되므로 성적매력과 젊음의 상실감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생식의 의무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전환점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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