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금요일

살신성인(SACRIFICATION)

지난해 아프간으로 봉사를 떠났다가 탈레반에 인질로 잡힌 23명을 기억한다.
그가운데 두분이 살해되었으니 그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은 이루 말할수가 없을 것이다.
얼마전 故배형규 목사님의 시신을 인수하면서 박상은 원장이 다음과 같이 적은 글을 보았다.
‘지난 7월 30일 오후,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활주로 끝에 나무로 만들어진 관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하얀 천 밑에 누워있는 시신은 바로 고 배형규목사였습니다. 신문과 TV에 너무 자주 마주쳐 친숙해지기까지 한 아프간 봉사단 출국기념 사진에서 그토록 환하게 웃고 있던 그분이 이제 말없이 누워계십니다. 떠날 때는 여객터미널에서 출국하셨지만, 돌아올 때는 화물터미널로 귀국하게 된 것입니다. 영혼이 떠나버린 육체는 더 이상 인간생명이 아닌가 봅니다.
유족을 대신해 시신을 인수받아 병원 안치실로 돌아와 검시를 하였습니다. 모습은 분명 배목사였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 한 마디 없습니다. 육신의 각 부분은 모두 이전대로였음에도 영혼없는 육신은 그저 시신일 따름입니다. 수많은 총알이 빗발쳐와 머리부터 발까지 들쑤셔 놓았다 할지라도 그것은 육신일 뿐, 텔레반은 배목사의 영혼을 죽이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배목사의 영혼은 아버지의 품 안에서 쉼을 누리며, 오히려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남은 파랍자 동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라고 감회를 적었다.
사랑에 빚진자
120여년전 몰라도 너무도 모르며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던 이땅의 조선 민족들을 위하여 대동강 물에 목이 잘리며 피를 쏟아낸 토마스목사님 처럼 오늘날 저주 받은곳이라 여기는 아프간 민족의 구원을 위하여 고(故)배형규목사님이 흘리신 피가 척박한 땅을 젹시는 생명샘 물꼬가 되리라 믿는다.
성경에 예수께서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120여년전 보도 듣도 못한 동방의 작은 나라 조선의 백성들을 생각하면서 이땅에 사랑의 복음을 들고와 물설고 낯선 이땅에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자녀들을 묻으면서까지 뜨거운 사랑을 전하였던 것이다.
덕분에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된것이니’에벤에셀’의 은혜와 축복이라 아니 할수없다.
고려대를 나온 박원장은 필자와 의과대학 시절부터 아는 사이로 특별히 의료윤리에 관하여 관심을 가진 심성이 맑은 의사이다.
故 배형규 목사님도 평소 박원장에게 치료를 받아왔을 뿐 아니라 죽어서도 시신의 처리를 의탁하였다니 그 믿음과 신뢰의 관계를 짐작 할수 있겠다.
금번 아프간 민족을 불쌍히 여기며 저들을 위하여 바쁜 생활가운데도 짬을 내어 찾아간 23인들의 순수한 사랑과 열정을 돌이켜 보아야 할것이다.
그가운데 두사람의 희생이 있었던것이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것이다.
떠난자와 남겨진자
41일간 인질 사태가 정리되고 21명이 무사히 돌아 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희생이 있었던것이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번 피랍 사태 이후 의견들이 갈릴 뿐아니라 왜곡된 눈으로 조롱하고 저주하는 악한말들이 난무함을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소수의 무리들에 의해서도 요동치는 회오리 바람이 불며 흙탕물이 되기도 하지만 공항에서의‘달걀투척’시도사건이 있었다는것은 너무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아들을 잃은 부모의 처절한 절규가 아들의 마음과 달르게 들려오는것이
비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신앙을 지키며 아름다운 뜻을 펼치다 젊은 나이에 죽어간 아들을 생각하면서 애통해하는 부모의 절규가 교회를 탓한다 하여도 얼마든지 이해 할수 있는 일이다.
헤아림
세상에는 항상 반대되는 모습이 상존하는것을 본다.
생각하노라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타도의 대상으로만 여겨지지만 세상의 음양 이론으로 보자면 그럴수도 있는것이 된다.
다만 음과 양의 조화로 얼마나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느냐가 문제의 관건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도(道)이다.
신앙의 도(道), 의학의 도(道)가 그것이다
다시금 썩어져가는 작은 밀알이 되기로 헌신했던 분들의 살신성인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가기를 기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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