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금요일

삶의 지혜(WISDOM OF LIFE)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공부하고 많은 환자를 보아오면서 나름대로 환자들의 예후를 어느정도 짐작할수있는 도(道)를 터득한것이 있다.
서양의학의 경우 대체적으로 진단과 치료의 방법이 객관화 되어있기에 진단적 검사자료의 데이터가 모두 취합되면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진단코드에 따라 적법한 진단명이 붙게되고 그에따른 치료방법의 선택이 정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피검사, CT, MRI, 그리고 초음파 검사를 받았건 미국에서 받았건 해당 전문의사 선생님의 소견서가 첨부되었을 경우에는 크게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으며 적절한 치료방식의 선택에 따른 예후와 경과도 객관적인 확률적 데이터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의학의 경우에는 객관적 자료보다는 치료자의 관(觀)과 감(感)에 따른 주관적 판단에 의하여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즉 제대로 모르면서도 얼마든지 찔르면서 대단한 체 할수 있는 것이 한의학이다.
예전에 필자가 한의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때 어느 문제의 답안에 모든 교수들의 해석이 각기 달랐던적이 있었다.
물론 결국 문제가 적절치 못한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과정을 살펴볼때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을 달리 할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넓은 세상을 보자
한의학에서는 한약재를 본초(本草)라하고 여러 한약재를 합해 약을 만드는것을 방제(方劑)라 한다.
방제학의 첫페이지 ABC는 마황탕과 계지탕으로 시작이 된다.
즉 장중경의 상한론이라는 책에 觀仲景治太陽經傷寒 頭痛發熱無汗者 用麻黃湯(관중경치태양경상한 두통발열무한자 용마황탕)이라 기록 되어있다.
한약 치료는 증(證)을 중요시하여 증(證)으로 말하고 증(證)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심한 추위에 두통이 있고 열이 펄펄나는데 땀은 안나는 경우에 마황탕을 다려 먹으라는 이야기인데 이때 맥(脈)은 부(浮)하고 긴(緊)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흔히 한방칼럼들을 보노라면 무슨약, 무슨탕 하면서 마치 비방처럼 써대는것에 심히 염려되는 바가 크다.
오늘날에는 마황탕증(證)이나 계지탕증(證)에 해당되는 감기가 그리 많지 않다.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장중경이 살았던 중국 장사(長沙) 지역은 대륙성기후와 아열대기후가 교차해 일교차와 년교차가 심한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대륙성기후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상한, 태양중풍하면서 마황탕 계지탕하는것은 무지몽매한 것이다.
무지함의 결과
지난해 KBS2 '추적 60분'은 간질과 당뇨, 혈액순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환약 안궁우황환을 집중 취재 방송하였다
뇌 발달이 제대로 안 돼 반복적으로 발작과 경기를 일으키는 '오타하라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경기 치료제로 안궁우황환을 3개월 복용한후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진단은 '수은 중독' 이었다.
즉 안궁우황환에 함유된 수은과 비소때문 이었다.
과거 경기 발작에는 ‘주사’라하여 수은을 많이 사용하였지만 수은의 중독성 때문에 오늘날은 금지 약물이 된 것이다.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이처럼 살고 죽는것의 갈림길이 되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2000년전하고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이 달라졌고 병원균들이 달라졌다.
그때는 멀리가봐야 백리였고 천리밖 세상은 꿈속의 세상이었으니 오늘날처럼 달나라를 건너집 다녀오듯하는 세상과는 차원이 다른것이다.
한의학을 하면서 옛 지식을 어거지로 짜맞추려 하거나 현대의학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못하면서 잘못 비교하는것은 한의학을 모욕시키는 일이 된다.
한의학은 옛사람들의 지혜를 깨우쳐야 하는 것이다.
제대로 모르면서 마치 잘아는것처럼 글을 써대는것을 많이보는데 이야기를 시켜보면 곧 바닥이 들어나는것을 알게된다.
거짓 지식을 자랑 할것이 아니라 지혜의 깨달음과 혜안을 가지도록 노력할일이다.
가짜 박사도 의미가 없으며 박사 공부 한다고 나발부는것도 창피한 일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
워싱턴주에서는 한의원내고 침을 놓는 침술치료사들은 의사가 아니므로 Doctor(의사, 박사), Dr., Ph.D, 의 호칭을 쓰지못하도록 법으로 금하고 있다.
몇해전 닥터라고 명함박아 쓰다가 주정부로 부터 처벌받은자가 이제는 경력으로 박사 과정중에 있다고 쓰는것을 볼때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다.
한의학을 우스겟거리로 만들어서는 안될 일이다.
한의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깨닫고 터득하는 의학이다.
과학이 발전하지 못하여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시절의 지식으로는 오늘날 통할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지식을 가졌다하여도 세상을 사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것이다.
가짜 학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무지몽매한 인간으로서는 감히 깨달을수없는 것이다.
잘못된 지식은 사람을 속이고 죽이는데 사용되나 지혜로움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과 보람과 만족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이며 삶의 지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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