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일 수요일

신뢰의 회복 (RECOVERY OF TRUST)

의과대학에서 양방의학을 공부하고 대학부속 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고 종합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산부인과 전공의사들의 수련을 도우며 봉직하다가 개인 병원을 개원하여 지내온 오랜세월과 틈틈이 한의학을 공부하여 한방병원을 개원하여 많은 환자들을 보아오면서 느끼는 바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좋은 관계가 질병의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과 그 좋은 관계와 관계속에는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오늘날의 세상이 예전과 달라 전적으로 의탁하는 관계가 이니라 상호 계약에 의한 관계로 바뀌게 된것이 비록 의학 분야만은 아닐것이다.
특히나 이곳 미국의 경우 모든 관계속에는 상호 계약에 의한 자필 서명이 항상 동반되는 것으로 사인하나로 뺴도 박도 못하는 결과가 초래 되기도 하는것을 많이 보게된다.
과거 수련의사 시절만 하여도 '병원 문턱이 높다' 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간혹 의사나 병원의 잘못이 있다손 하여도 아무말 못하거나 '팔자가 여기까지다' 하며 눈물을 머금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었다.
혹시나 '지킬박사' 처럼 환자에게 도움이 안되는 의사도 있기는 하겠으나 세상에 의도적으로 환자를 해꼬지 하려는 의사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 양방과 한방의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던 때를 돌이켜 보노라면 세상이 많이 달라 졌으며 의사도 달라졌지만 환자들도 많이 달라 졌음을 느끼게 되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믿음이 없어지고 신뢰가 떨어졌다는 말이 타당하다 하겠다.
세상이 모두 바쁜 관계로 특히 태평양건너 이억만리 미국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경우 생활에 얶매이다보니 병원에 가는 시간도 내기가 수월치않고 의료비 또한 만만하지가 않다 보니 한번도 어려운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매우 고민스러운 일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이곳의 예약 문화에 익숙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필자의 입장에서도 이해가 가지만 한민족 특유의 조급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양방 병원의 경우 예약 날짜에 진료받고 검사를 하게되는 경우 정해진날 검사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결과를 토대로 어떠한 과정으로 치료를 할것이며 다음 검사의 과정이 결정 되는것에 따른 기다림이 필요한데 한방 병원에서 한의사를 하다보니 양방과 같은 검사과정이 생략되며 즉석에서 진단이 나오고 치료를 결정해야 하는 관계로 양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빠른 판단을 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세상에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의 경우 대부분이 양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거나 개인적으로 약국에서 양방약을 복용하다 내원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러한 경우 일수록 치료의 과정이 간단치 않은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조급함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여기저기 다니며 많이시달린 관계로 짜증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런때 일수록 정확한 진단과 그에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으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일것이다.
한의학의 매력은 침한대(一針)로 놀랄만한 효과를 보는 때이므로 급작스런 염좌나 급체를 비롯한 급성통증에는 신비한 효능이 있는것은 사실이다.
양방에서 진찰하고 검사하고 약을 투여하는 응급 상황보다도 더빠른 효과를 볼수가 있는데 양방의학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이 침통들고 달려드는것은 크게 잘못된것으로 과거 오랜옛날 허준시대에나 통하던 이야기 인것이다.
그때는 죽더라도 의원님께 맥한번 잡아보고 죽는것이 소원이었던 시대로서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인명은 재천이다'라고 하던 때였고 불과 20여년전만 하여도 검사비용이나 수술비용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병원을 나서야 했던 가슴아픈 사연들의 세상이었다.
세상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있는 능력있는 의사도 없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가운데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되는데 의사가 다 아는것도 아니고 병도 다고치는것이 아니라면 그래도 의사의 지시를 얼마만큼 따라 주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가 생각하는바도 있겠지만 경과를 기다려주는 환자나 보호자분들의 인내심 또한 신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할것이다.
지금까지 의사와 한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해 오면서 매순간 순간마다 결단을 요할때마다 '내가족이라면 이러한 때에 어떻게 할것인가?' 자문하면서 치료에 임했는데 그결과는 크게 빗나가지를 않았고 긴박하고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할 경우에는 더욱 현명한 판단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들이 어렸을때 얼굴이 찢어진것을 꿰매어 주면서 마음이 아팠지만서도 어쨋거나 봉합을 해주어야할 상황이었으며 두번째 찟어졌을때에는 본인이 봉합해줄 상황이 아니라서 할수없이 병원 동료의사가 대신 수술해주었으니 이는 누구라도 해야 하고 또한 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피할수가 없는 것이다.
성경 말씀에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때가 있나니'라는 구절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귀여운 아기를 보려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열달 정확히 말해서 266일을 기다려야 태어나는 것인데 없는 손자 환갑 기다리듯이 해서는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양방 의학은 깊은 의학지식과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검사 결과에 따른 치료의 빙법이 정해지고 경과나 예후가 통계적으로 추정된 결과가 비슷하게 나와 있다.
때로는 뽀족한 방법이 없어 'W&S', 기다려 보는수 밖에 없는 난감 할때도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한방의 경우에는 관(觀)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역시 의학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닌 이론과 과학적 실증에 근거한 현대 의학이 근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여기에 오랜 세월 축적된 한방적 경험에 의한 직관이 번득여야 하는 것이다.
두리뭉실이 아니라 현미경을 들이대는 예리한 관찰과 추리를 통하여 치료의 효율을 높여가는 것이 이시대의 진정한 치료자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치료자의 노고와 열정에 믿고 맡기며 기다려 줄줄아는 인내와 노력이 있다면 아무리 난치 불치의 질환이라 하여도 반드시 치유되는 기쁨을 맞보게 될것이니 이것이야 말로 믿음의 축복이며 은혜가 되는 것이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열매는 달다'라고 하는 격언을 음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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