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일 수요일

역사적 사명(OUR DUTY)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지금부터 약 40여년전 필자가 힘들게 외우던 ‘국민교육헌장’의 첫구절이다.
권위주의와 함께 없어진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지만 곰곰히 되씹어 보노라면 틀린말은 아니다.
역사적 사명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경력상 여기저기서 물어오는 경우가 많이있다.
멀리는 한국에서부터 미주 곳곳에서 일반 환자뿐 아니라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나 한의사들에게서 문의가 많이온다.
특히 근래 의료법 개정을 앞두고 의사와 한의사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적인 상황에서 적절한 입장표명에 도움이 될만한 의견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연유로 본의아니게 인터넷에 들어가 여러곳을 탐색하게 된다.
유난히 이곳 서북미 지역에는 광고를 위한 주간지 칼럼이 많은것을 본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것
요즘 세상이 정보가 넘쳐나므로 인터넷에 연결만하면 필요한 정보를 무궁무진하게 얻을수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마치 훌륭한 지식을 갖춘 인물처럼 행세 할수도 있는것이다.
칼럼들 가운데는 인터넷에서 베껴온것으로 박식한 사람처럼 만드는 것도 있다.
더구나 몇몇 글에서는 너무도 놀라게 만드는 내용이 있기도 하다.
한달가량의 하혈이 있어 내원한 여성을 치료하면서‘자궁, 질, 서계부, 하복부 등등…..에 침을 놓았다’고 적은 것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이렇게 침을 놓아 효과를 보았다고 쓴 칼럼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이야기를 하는것인지 과연 알고나 찌른것인지 의문이다.
한의학의 효험이 영특하여 모르고 찔러도 나을때가 있는데 이런식으로 문자화하여 기록하고 제딴에 환자를 치료하여 낫게했다고 떠드는 것이 큰문제이다.
다른 칼럼에서는 ‘갑자기 하혈을 멈추도록 하면 오히려 자궁에 안좋다’ 는 내용이 있었다.
코미디와 같은 이야기이다.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가 한의학을 공부할때 이치에 맞지않는 부분이 많이 있어 여간 고민스러운것이 아니다.
불신의 확산
칼럼에 적은 내용은 참으로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서양의학도 모르고 한의학도 모르는것 같은데 당사자는 마치 너무도 많이 아는것처럼 적어 발표하는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좋은 혈(穴)자리들이 하복부에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의 질(膣)에는 혈자리가 없으며 자궁(子宮)이라는 혈자리 이름은 있으나 여기서는 아기집 자궁을 의미하는것 같은데 자궁에 침을 놓는일은 생각도 말아야 할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사로 수십년 여성을 상대해왔고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결론이다.
여성의 외부생식기는 보았을지 모르나 내부생식기가 어떤것인지 본적이 없는 침술치료사들은 여기다 침을 찌를 수가 없는것이다.
서혜부 근처에 손을 대서 성희롱으로 소송당한 침술사가 한둘이 아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필자가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왜 한방을 하였나”이며 “한의학에 불신이 크다”는 것이었다.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 한의학을 받아들이려 해도 이처럼 허무맹랑한 말을 마치 너무도 잘아는것 처럼 확신에 차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때 한의학을 공부하겠다는 학생들가운데 한방의 효험을 알고 한의학을 공부해 보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지만 오히려 대다수가 서양의학을 무시하는듯한 생각이 많은것에 놀란적이 있다.
비록 서양의학에서 치료안되는것을 한방으로 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할찌라도 서양의학 없이는 한의학도 할수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물며 엉터리 이야기를 버젓이 칼럼이라고 써대는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반드시 시정해야 될 일이다.
아직도 모르고 있다
필자가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공부한 연유로 검사상 아무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계속 불편해하는 참으로 고민되는 환자들을 한방으로 치료하여 필자도 놀란 효과를 본 경우가 많이 있다.
많은 환자를 보면서 나름대로의 관(觀)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설명이 안되는것이다.
얼마전 두살난 여자아이가 알러지성 피부염이라며 할머니가 데리고 왔다
할아버지는 치과의사요 할머니는 약사로서 서양의학적인 모든 검사를 하였지만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아이의 피부는 나빠지며 할머니가 온갖 약을 써도 낫지가 않는다며 찾아왔다.
필자의 진찰소견을 듣고는 한약을 지어달라고 하였다.
두살짜리라 먹이기 힘들다 하여도 어떻게든 먹이겠다는 것이다
한의학의 비밀
한의학은 아직도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많이있다.
즉 치료의 결과는 좋으나 이론적 근거를 객관화하기가 힘든것이다.
현대의학의 기본을 제대로 모르면서 마구 떠들일은 아니다.
오늘날 과학 문명의 시대에 한의학을 다루는 침술치료사들이 명심할 사항이다.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한의학을 우스겟거리로 만들지 말아야 할것이다.
다만 엉킨 실타래의 단초를 찾아 풀어가면 된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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