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홧병2

살아가면서 흔히‘화가 난다’든지‘울화가 치민다’든지 하는 말을 하게된다.
특히 우리가 살고있는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기에 치열한 생존 경쟁 가운데 부디끼며 살아가다보면 열(熱)을 받고 불(火)이 나게 되는 것이다.
사는것이 전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홀로 은거하며 사는 별난 사람도 있으나 싫든 좋든 함께 어울려 살아갈수 밖에 없 다.
이러한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어 ‘지구 온난화’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주위 환경도 열을 받아 뜨거워 지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도 온갖 스트레스로 인하여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열을 받아 데워지고 끓어오르는것은 결국 터지게 되어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구별된 문명의 발달을 이루게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불(火)의 사용’이다.
불을 유용하게 사용하면 추위를 물리치는 난방이 되고 어둠을 밝히는 조명이 되며 음식물의 조리에 요긴한 것이 되지만 불을 잘못 다루다보면 화(火)로 인한 화(禍)가 되므로 목숨까지 잃는 재앙되는 것이다.
화병(HWA-BYUNG)
세상의 수많은 질환가운데 한국말 그대로 세계 공통 의학용어가된 유일한 질병이 화병이다.
흔히 울화병, 심화병, 가슴알이 그리고 심장혈관 신경증으로 알려졌으나 1995년 미국 정신의확회에서 HWA-BYUNG(화병)으로 DSM-IV에 등록된 정신의학용어 이다.
내용인즉 한국이나 한인 이민사회의 문화와 연관된 분노증후군을 말하는 것으로 호흡곤란,불면증,식욕부진,심계항진,피로,소화불량 그리고 관절 근육통증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사실 화병이란 용어는 중국 명나라때 장경악이 사용한 것으로 조선시대때 한반도에 유입된 병명이지만 유독 한국이나 한인 이민사회에 국한된 분노증후군으로 규정되었기에 한국의 역사적, 지리적 상황과 한국인이라는 문화적 특징을 간과할수가 없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백의민족이라 하지만 동북 아시아의 반도라는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대륙이나 해양 세력들로 부터 끊임없는 침략으로 인한 고난의 역사였다.
그리고 남존여비, 칠거지악으로 대표되는 남녀차별과 부부유별의 유교적 전통 및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하여 이땅에 태어난 여인네들의 숙명적인 삶은 타오르는 불꽃을 끌어 않고 살아가야만 했던 인고(忍苦)의 삶이었다.
억울함 – 忍 - 스트레스
화가 날때마다 참을 忍자를 써서 장독에 넣으며 살아야 했던 이땅의 여인들의 한(恨)맺힌 삶은 밖으로 표출시킬수가 없었으니 화병으로 결국 제목숨을 태우며 죽어갔던 것이다.
따라서 화병을 한국 중년 여인들의 운명적인 질환의 하나로 보았다.
그러나 근래들어 복잡한 사회생활속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이지매 현상으로‘왕따’를 당하는 어린학생들은 물론 IMF등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과 취업난, 급격한 여권신장과 IT산업화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변화로 많은 남성들에게도 해당되는 질환이 되었다.
특히 태평양건너 미국땅에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경우 인종차별과 언어 및 문화충격으로 적응이 힘든경우 똑같은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곳은 기다림과 줄서기 문화인 반면 빨리빨리문화에 익숙한 이민 1세대나 1.5세대의 경우 적응이 순조롭지 못할때 화(火)로 인한 폭발을 보이게 되는데 자칫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면 지난번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것이다.
근래 늘어나는 황혼이혼의 경우도 오랜세월 억눌려온 아내들이 더이상 참을수없게된 한(恨)맺힌 증오의 결과이지만 지금까지 자식낳고 살아온 부부 두사람의 인생이 실패로 끝나게 되면서 회한과 새로운 분노를 야기시켜 화가 화를 부르는 것이다.
대안
사실 화병이란것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는것이다.
따라서 뾰족한 치료의 방법이 없으며 스스로 울화를 적절하게 표출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스트레스 극복요령을 터득하는것이 중요하다.
신앙생활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그외 산책이나 운동, 음악이나 영화감상, 명상이나 독서, 그리고 차를 마신다든지 화초를 가꾼다든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등의 자가 요법이 있으나 이런 방법으로 조절이 안될때에는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것이다.
서양의학적으로는 화병이 신경정신과목에 해당되는 질환으로 그 증상의 발현이 마치 불꽃처럼 어디로 나타날지 모르며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아내는것 역시 어려우나
필자의 경우 침과 한약으로 놀라운 효과를 볼때가 많이 있다.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아서
얼마전 병원과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 받던 남편을 급성폐렴으로 일주일만에 잃고 먹지 못하던 환자가 있었다.
모든 검사에 이상이 없고 온갖방법에 효과가 없었으나 침과 한약으로 치료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화(火)라는것이 오행이론상 심(心)에 속하지만 노여움에 의한 분노가 간(肝)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것으로 보고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는 분노증후군의 다양성에 비추어 볼때 무엇보다 기질적인 병변이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서양의학적인 병변의 정확한 감별진단없이 무조건 화병으로 진단 내리는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화(禍)의 근원임을 알아야 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겪게되는 온갖 스트레스로 폭발직전의 상황을 조화롭게 풀어가는 방법이 한의학에 있다.
다만 상황을 제대로 볼줄아는 의학적 지식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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