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홧병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세상은 치열한 생존 경쟁의 연속이라 한다.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에 쉬는것도 쉬는것이 아니고 살아 간다는것이 사는것이 아닌 삶을 꾸려가고 있는것 이다.
마치 달리는 자동차에서도 무거운 짐조차 내려 놓지 못하고 뛰어 가려는듯 안달하며 초조해 하는 것이다.
얼마전 "식탁위에 촛불을 켜라" 하며 오늘날의 속도 경쟁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서서히 자연에 순응하며 경쟁의 속도를 줄이고 순리대로 살아갈것을 역설하는 강의와 이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때 "시간 경영" 이라는 첨단의 경영기법이 각광을 받고 시간을 분(分)단위, 초(秒)단위로 나누는 방식이 세계 초일류의 경영을 위한 성공의 목표로 인식하던것 과는 사뭇 대조적인 것이다.
보다 빠르고, 보다 크고, 보다 많은 목표의 생산량을 위하여 온갖 방식의 과학과 문명의 수단을 동원하여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경쟁이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지구 공동체를 붕괴 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경영학의 근본이므로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높이고 그결과의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나 순리를 거슬려 역리로 무리수를 두는 것이 화근이 되므로써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땅의 생산력을 증대 시키기 위하여 화학 비료를 쏟아 부었고 곡물의 수확을 높이기 위하여 조생종자의 품종을 개량하고 나아가 유전자 조작 방식을 통한 품종의 개발이 인류에게 기아로 부터 해방을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불행은 장차 파멸로 인도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란용 양계의 경우 조명 장치를 이용하여 하루24 시간을 두번 심지어 세번으로 나누어 산란을 촉진 시키며 육용을 위한 가축사육에 움직임을 제한시키고 가두어 키워 최대한의 몸무게를 늘리려하는 방식은 우리에 가둔 짐승들의 포악성을 극대화 시키게 되고 그로 인한 잔악한 독기(毒氣)와 발작적인 광기(狂氣)가 그대로 동물들의 체내에 축적되어 직접적으로 우리들에게 해악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산부인과 의사로 대소 수술을 집도해 오면서 피(血)에 관하여 상당히 신경이 쓰였는데 어느 의사 선생님이나 환자의 예후에 관한한 예민해지는 것으로 신경외과 선생님들의 경우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일이 다반사 이지만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그야 말로 피를 쏟아 붓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료 사고가 제일 많을 뿐 아니라 의료 과실 보험비용 또한 가장 비싼것을 볼때 긴장의 강도를 짐작 할것이다.
그것도 멀쩡하던 사람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비록 미미하다고 하여도 하나하나를 결코 소홀하게 넘길수가 없고 매번 긴장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덕분에 산부인과 의사로서 약 20여년간을 큰사고 없이 보낸것에 한편으로 고마운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필자의 성품에서도 큰변화가 있었음을 느끼게 되는데 한의학이 추구하는 최선의 목표가 음(陰)과 양(陽)의 조화(調和)이므로 무리함 없이 서로간의 조화를 맞추어 가는 치료의 과정을 터득하였기 때문이다.
한방의 치료 방식 가운데는 환자에게 무리를 주기도 하는 한(汗 : 땀내는 법), 토(吐 : 구토시키는법), 하(下 : 설사 시키는법) 3법이 있기도 하나 오늘날의 경우에는 상기 세가지의 치료법을 사용해야할 질병은 오히려 양방의학적 방식이 유효하다고 생각되며 오직 화(和 : 서로간에 조화 시키는 치료)방식을 선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오늘날의 한의학적 치료법 가운데 진수(眞秀)라 할만하다.
즉 쥐어 짜내고 쏟아내고 깍아내는 것보다는 도닥여 주면서 가장 적절한 상태의 균형을 맞추도록하는 화(和)법은 처절한 생존 경쟁의 과정에서 절대적인 것이 아닌 오직 상대적인 박탈감속에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달픈 삶의 여정 가운데 결코 채울수 없으며 만족을 줄수없는 그 무엇인가 갈급해하는 것을 대신해 줄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인간의 얼굴 생김새가 각기 다르고 성품이 다르듯이 각자의 역량이 다른 것이므로 자신에게 주어진 10 마력의 힘으로 오히려 100마력의 과부하를 걸고 살아가기 보다는 10마력의 능력으로 10마력만큼의 영역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족해 하는 것이 주어진 평생의 삶을 평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의 범위를 넘어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 다니며 머리를 요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온갖 술수를 동원한다 하여도 그결과는 기진 맥진의 한의학적인 허(虛)증상 일 뿐이다.
성경에 이르기를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는다" 하였는데 자족함을 모르고 무리수를 두는 그모든것이 결국은 패망으로 귀결이 되는 것이다.
주변에서 지킬 능력도 없으면서 기득권도 아닌 기득권을 지키기 급급하여 안달 복달을하는 어리석은 자들을 자주 보게된다.
모든일은 순리로 풀어야 하는 것이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바라는 "거지 왕자"의 꿈이 허황된 것임을 깨달아야 할것이니 "거지"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왕자"의 자리가 부귀와 영광의 자리가 아닌 고통과 비극의 서막이 된다는 점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화(和)를 모르면서 침통들고 풀뿌리를 흔드는 침구사라면 침통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환자를 위하여 복이 될 것이다.
화법(和法)은 너와나 현재의 상황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부터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상대의 존재를 막고 끌어 내리려하는 간악한 의도는 참으로 어리석은것으로 결국에는 사망으로 인도하게 되는 것이다.
화(和)는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것으로 부터 시작이 된다.
화(和)를 도모하는 평안함이 없이 화(火)를 가지고 침(針)을 놓는것은 독(毒)을 주사하는 것과 같으며 화(禍)를 자초하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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