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프로정신

얼마전 주변 사람이 자동차를 리스하게되어 현대자동차를 취급하는 사람을 만나보게 되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쎄일즈우먼 이리라 생각된다.
토요일 늦은 시간에 서류를 작성하고 저녁을 먹은후 차량을 인도 받은 시간이 밤 10시가 넘었다.
모든 영업소의 문을 닫았지만 고객에게 차량을 세차하여 인도해 주려고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씨애틀 날씨가 밤새 비가 내리는경우가 많으며 밤이 늦은 시간이고 먼길이므로 웬만하면 그냥 타고 간다고 하여도 크게 문제 될것이 없었으나 세차까지 한후 기다리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었다.
우연히 얻은 세일즈 우먼의 명성이 아님이 분명했다.
한국적 근성을 가지고 한국차를 판매하는 성공 신화를 계속 이루어 갈것이다.
프로는 우연이 아니다
필자가 산부인과 의사로 수없이 많은 분만을 받으면서 일과 시간중에 출산이 이루어지도록 하지만 대체적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콜을 받는 때가 많았다.
간호원들이 가능한 원장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려 산모의 출산과정을 보아 깨우지만 밤새 전화 받느라 잠을 재대로 못잔때도 있고 분만을 받다보면 날이 밝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난산하는 경우 산모들의 고통이 심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의사의 마음은 더 심하게 타들어 간다.
태아의 심박동소리를 들어가면서 산모의 상태를 보아가며 분만을 개조하는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연분만을 할때 산모가 힘을 제대로 못주던지 태아가 커서 산도를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간호원들에게 산모의 배를 힘껏 누르도록 시킨다.
아무리 누르고 밀고 당기는 힘을 주어도 아기 머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때로는 산도의 깊은곳까지 찢어지는 열상으로 출혈이 심하며 꿰메어 주는것이 매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난산의 경우 아기가 태어나 울지도 않으며 숨을 제대로 안쉬는 경우가 많아 정신없이 아기를 때려주며 인공호흡을 시키게 되는데 핏덩어리 태아를 입으로 빨아주고 불어주다보면 피와 태지와 태변으로 범벅이 되는것이다.
그래도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지고 호흡이 돌아오면 다행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모는 피를 쏟고 아기는 위험해 지므로 산부인과 의사의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애간장은 타들어 가게 된다.
프로를 향한 염원
아무리 최선을 다하더라도 항상 의료 사고가 발생을 하게 되는데 산부인과의 경우 산모와 태아를 함께 돌봐야 하므로 그만큼 사고 발생이 높은것이다.
멀쩡하게 아기 낳으러 왔다가 죽어나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보호자들의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되며 미국과는 달리 의료분쟁에 관한 조정이 수립되지가 않아 붉은 페인트 글씨를 써대고 관을 들고 병원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한때는 산모 출산의 보험수가가 강아지 받는 비용보다 낮고 한번 의료사고라도 나면 금전적 손실외에 멱살잡히는 일까지 흔하여 분만실을 폐쇠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이 든다고 하여도 분만을 도와 아기 탄생을 기뻐하는 산모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새벽 여명을 바라보는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다.
삼십년을 넘도록 의학공부를 해오면서 느끼는 바는 참으로 멋있고 의미 있고 가치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이다.
의과 대학생들의 경우 칼을 들고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를 선망의 대상으로 하지만 세상이 변하여 현실적이 되면서 피부과나 안과 그리고 성형외과등 비교적 힘이 안들고 돌벌이 잘되는 과목을 선호하게 되었다.
진정한 프로를 기다리며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진정한 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그리고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낄수 있기를 바란다면 칼을 잡을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반드시 죽을 병인가 살병인가를 구분 할줄 알아야하며 둘째로 수술로 치료해야할 병인가 수술않고도 치료 할수 있는 병인가를 분간 할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환자를 보는 진정한 의사라 할수가 있다.
특히 인체 해부를 해보지 않고는 환자를 치료 할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때는 해부학 시간에 맨손으로 시체를 다루도록하여 해부학을 배우던 본과때에는 온몸이 포르말린 냄새에 찌든것은 물론 열손가락은 시체의 지방과 포르말린에 퉁퉁 불어 쪄들어 있었다.
당시 해부학책은 시체 만지다 책장을 넘겼으니 지금까지 시체 기름 묻은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해부하다 신경이나 혈관하나 끊어먹으면 퇴장당했고 다음 시간까지 맞추어 놓으려면 쫓겨난 학생끼리 밤에 시체실에 들어와 보충을 해야했다.
시체해부는 해부학 그림책하고 다르며 살아있는 환자는 시체와 또 다른것이다.
꾸불탕 거리며 빠져나오는 창자들을 삐집고 병소를 찾아내서 절개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험난한 해부학 공부와 수없이 많은 환자들의 개복 수술을 해본 경험이
침을 놓는데 매우 유익이 됨을 수없이 느끼며 한의과 학생들과 침술사들에게 강조를 한다.
프로를 원하는 세상
이곳에서는 침을 놓는자가 의사가 아닌 침술치료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한의사로 자칭하고 있지만 호칭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 얼마나 최선의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가가 중요한것이다.
오늘날은 공부할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수있는 해부학 공부이다.
해부그림책만으로 공부하여 생체의 장기를 제대로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오장육부가 어떻다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침을 찌르는 대상은 죽은 시체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침하나를 찌르더라도 제대로 알고 찔러야 한다.
잘모르면 여기저기 좋다는 침자리를 모두 찔러대며 온몸을 고슴도치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은 모든 분야가 프로정신을 지닌 전문가를 원하는 세상이다.
자신이 해줄수있는 모든것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쎄일즈 우먼의 프로 정신을 기억하듯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닐때 치유의 역사가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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