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正反合

필자가 가장 즐겨 인용하는 논리의 전개 방식 가운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 이론인 정반합(正反合)이 있다. 물론 철학자 헤겔 본인에 의해서 사용된것은 아니고 후대에 그의 논리학을 해설하면서 붙어진 용어로 논리 전개 방식의 기본적인 구도는 정(正 테제)가 그것과 반대되는 반(反 안티테제)과의 갈등을 통해 정(正)과 반(反)이 모두 배제되고 합(合 진테제)로 초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칼마르크스가 정(正)과 반(反)의 갈등에 촛점을 맞춰 변증법적 유물론의 이론적 배경으로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에 이용하게 되었기에 훌륭한 철학적 논리전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는 ‘빨갱이’에 대한 혐오감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 세상의 모든것은 ‘반응’과 ‘관계’속에 이루어져 살아가는 것이다. ‘나(我)’가 있으면 나와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관계속에서 각기 다양한 반응들이 나올수가 있는것이다. 즉 내상칠정(內傷七情)인 노(怒) 희(喜) 사(思) 우(憂) 비(悲) 공(恐) 경(驚)이 일어나면서 어느 방향으로 튀느냐에 따라 질병으로 발현이 되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기쁘고 즐겁우며 만족함에 흡족해 할수도 있고 때로는 생각만해도 노엽고 분에 못이겨 얼굴을 맞다드리는 순간 칼부림을 할수도 있는 것이다. 한사람은 너무너무 행복한 관계속에 살아가는데 다른 한사람은 살인자가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수도 있는 것이다.
다양한 반응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하여 오랜세월 수많은 환자들을 보아오면서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이 다양한것을 보게 된다. 특히 서양의학에 비하여 한의학의 경우 침(針)이나 한약 치료를 받는 경우 더욱 많은 차이가 난다. 한방을 찾는 환자들의 경우 병원에서 검사를 하여도 특별한 진단이 안되고 진단이 안되다보니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어 한방병원을 찾아오는데 진찰을 하다보면 참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경우가 많이 있다. 오랫동안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해 오면서 의사는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며 환자분들은 실타래가 풀릴때 까지 참고 기다리며 제대로 풀리도록 기다려 주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믿는것이 복이다
지난해 어느 여자 환자분께서 팔이 안올라간다면서 내원하였다. 흔히 오십견이라고 하지만 이환자분의 경우 교통사고 등이 겹쳐 오랜 고질병이 되었고 이곳 저곳에서 침을 맞고 할만큼 하다가 오신 것이다. 첫날치료에 팔이 올라가고 머리를 빗을수 있게 되었다고 기적이라며 남편이 축하하는 꽃을 사왔다고 자랑을 할 정도였다. 몇차례 침치료를 맞다가 안왔고 보험 관계로 십개월이 지난후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하는말이 “나아진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오랜된 병은 오래 걸린다고 계속 치료받으라 했거늘 오지도 않았으며 팔이 올라간다고 남편이 꽃다발 사다준것은 어떻게 된일인지 궁금하였다. 불편한 증상에 대한 치료의 반응이 이러할때에는 결코 평생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수가 없는 것이다. 정(正)과 반(反)에 의한 결과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合)으로 흘러 간다. 성경에 엘리아가 갈멜산위에서 한점의 구름을 구하며 기도했듯이 의사나 환자는 지극히 작은 가능성 하나만이라도 붙잡고 생명을 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원리에 충실하라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공부한 관계로 종종 필자를 테스트하려는 전화가 많이와 환자보느라 바쁜 가운데 일일이 응답해 드리는것은 여간 성가신것이 아니다. 특히 참으로 고민스러운 증상으로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여기저기 여러 병원을 다니다가 필자를 찾아와서는 완치가 가능한가 묻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의사가 별이상이 없다하는데 고통스런 증상은 계속되는 경우에 나름대로의 관(觀)을 가지고 진단을 내리고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식으로 치료를 할것인지 설명을 해드린다. 완치의 결과를 보장할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치료의 대안으로 시도해볼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답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에 어느 의사치고 개런티할자 아무도 없는것이 의학이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과 마취라 하여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거나 수술후 합병증으로 죽어 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길을 찾아서
환자의 배를 가르고 병든 장기를 떼어내고 꿰메어주는 경우 특별한 합병증이 병발 않는한 통상의 자연적인 치유과정을 거치며 회복되어 간다. 그러나 한의학의 경우에는 그 마음가짐에 따라 좌(左)로 치우칠수도 있고 우(右)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치료하는자나 치료받는자가 최선의 결과를 기다리는 구도자의 자세를 가질때 가장 극적인 치료효과를 보게 된다. 즉 의사(正)와 환자(反)사이의 관계 정립에 따라 치유의 결과(合)가 달리 나타나는것을 볼떄 세상의 모든 음(陰)과 양(陽)이 정(正)과 반(反)이요 음양의 조화가 합(合)이 되는 이치(道)를 터득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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