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치유의 과정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잘낫는 환자도 있는 반면 때로는 잘낫지가 않아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경우도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사로 수없이 많은 수술을 하면서 환자를 보아왔고 한의학을 공부하여 계속 환자를 보면서 느끼는것은 치료는 의사가 하는것이 아니라 조물주되신 창조자의 ‘치유의 손길’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의사는 오직 ‘치료의 도구’로 쓰임을 받는것인데 알고있는 의료 지식에 따라 환자들을 고생시키지 않는것은 빙빙 돌아가지 않고 가장 편하고 빠른 길을 제시해 줄수있기 때문이다.
치유의 손길 / 치료의 도구
근래 연세가 90가까운 할머니께서 오랜세월 피부병을 앓는 손녀를 데리고 내원하셨다.
평소 필자의 칼럼을 오랫동안 즐겨 읽으며 손녀의 고질적인 피부병을 치료해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필자를 찾아 오신것이다.
환자의 피부질환은 피부과 의사로 부터 Eczema로 진단을 받았으나 증상이 계속되므로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에 고령의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오셨다.
스무살 손녀딸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낳게해주고 싶은 마음을 느낄수가 있었다.
서양의학적으로는 대체적으로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먹는약과 바르는약을 사용하지만 대개 스테로이드제제를 근간으로하여 치료를 하며 특별히 감염증상과 동반될 경우에 항생제를 추가하게 된다.
현대판 마약
스테로이드라는 약물은 이모조모 참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약제로서 때로는 좋은 약리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오용이나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용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요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치료의 방법이 없는 경우 대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흔히 ‘현대판 마약’이라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근래 프로 운동 선수들의 약물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들 약물의 효과 때문에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힘든 모양이다.
얼마전 전직 간호원이었던 환자 한분은 아들 딸 그리고 사위가 의사, 약사임에도 불구하고 스테로이드의 과용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기도 하였다.
고질적인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는 스무살 손녀의 경우는 침과 한약으로 치료하였다.
고민스런 질환
어느 질환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피부질환의 경우 눈에 보이며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여간 고민스런것이 아니다.
더구나 가려움증이 있을 경우에는 소양증으로 인하여 불면과 함께 심리적으로 매우 짜증스럽게 되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욥이 기왓장으로 긁어 대었다고하니 증상의 심각성을 알것이다.
더구나 국소적인 병변이 이라면 그런대로 대처가 쉬우나 전신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참으로 고민스러워 지는 것이다.
치유의 손길
서양의학의 경우 감염성 요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피부질환을 면역체계에 의한 항원 항체 반응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반면 한의학의 경우에는 육음사기나 내상칠정에 기인하며 때로 음식등으로 인한 불내외인으로 보는 것이다.
손녀 환자의 경우에도 치료를 시작할때 오히려 상반신에 발적과 부종이 더욱 심해졌으나 팬티 고무줄 부위에서 부터 점차적으로 소실되어 갔다.
흔히 젖은 빨래를 널었을때 서서히 말라가는 모습을 보듯이 피부 발진과 부종이 하복부, 제부,위완부, 흉부를 거치며 완화되어 가는데 유방 상부까지 호전되었으나
후두부와 안면부위에는 증상이 계속 되었던것이다.
이 환자의 질병 치유과정을 지켜보면서 서양의학적 측면에서 질병의 발생이론에 관한 HOST-AGENT-ENVIRONMENT 삼각체계를 새삼 확인 할수가 있었다.
그리고 세가지 인자에 따라 증상의 발현과 소멸을 눈으로 보았으나 환자가 타주로 떠나야하는 상황으로 끝까지 가지를 못했다.
결론은 기다림이다
질병의 치료에는 치료자의 의학적 능력도 중요하겠으나 무엇보다 치유의 은혜를 덧입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손녀의 고질적 피부병을 치료해 주고 싶은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보았듯이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믿음 소망 사랑이 중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믿음의 역사와 소망의 인내 그리고 사랑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모든것은 기다림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다.
기다림은 환자는 물론 치료자 그리고 보호자들 모두를 포함한다.
환자는 질병이 주는 의미를 찾고 건강에 대한 소망을 가져야 할것이며 보호자들은 고난 당한 환자를 보면서 관계의 회복을 통한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치료자들의 경우 질병의 무서움과 환자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치유의 은총을 구하며 따뜻한 손길을 펼쳐야 하는것이다.
아울러 고통당하는 환자를 위하여 끊임없이 최신의 공부에 매진할일이다.
의학에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기 때문에 결코 거짓이 있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가짜박사로 행세를 해도 안될뿐더러 어떻게해서든지 학위하나 받아볼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못난짓거리도 안될일이다.
침술치료사는 의사가 아니다.
따라서 유난히 의사, 박사호칭 붙이며 박사공부 한다고 떠들지말고 오직 침술로써 치료효과를 보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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