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한의학

오늘날이 지구촌 세상이라 하면서 하루 생활권이 가능한 세상일 뿐아니라 인터넷으로 인한 실시간 정보의 교류 및 공유가 가능한 첨단의 과학 문명을 누리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태어난 내땅이 아니고 아무리 축복받은 나라라 할찌라도 물설고 낯설은 이국에서 살아가는 삶이 그리 평탄하고 안락한것 만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건강상의 문제로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면 그 괴로움과 안타까움을 어찌다 표현할수 있겠는가?
먼저 머나먼 미국땅에서 하루 하루의 삶을 영위해 나가시는 동포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이 강건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이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다.
이곳에 정착한 시간이 얼마 안되지만 내가 배우고 하는일이 의료 분야인지라 기회가 있을때마다 관심있게 보면서 느끼는 점은 완벽한 의료 전달 체계와 첨단의 진료 시설, 그리고 넘쳐나는 의약품과 건강 식품들을 갖춘 곳으로 필요 충분 조건이 완비 되었다 하지만 철저한 자본 주의에 입각한 서로간의 관계성 속에서는 완벽함 보다는 아쉬움이 더크다 하겠다.
미국이라는 곳이 과학과 물질 만능의 실용주의 사회이므로 최신 의료 장비와 새로운 의약품의 발명에 의한 양방 의학의 꾸준한 발전에 힘입어 첨단의 의료 시설과 물질적 풍요로움의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도 있으나 음식 뿐아니라 복용하고 있는 약물의 종류가 너무나 많은것을 볼때 약물 사용에 있어서는 오용(誤用)이나 남용(濫用)보다는 과용(過用)의 경향이 있는 것같아 보이기도 한다.
양방 의학과 한의학을 공부하고 이곳에서 하나 한방 병원을 개원하여 환자를 진료하면서 무엇보다도 한방 치료를 선택하고 내원하시는 환자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저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고 문제가 해결되어 건강한 삶을 누리시며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방에 내원하시는 환자 뿐아니라 주변의 많은 분들이 "한방=맥(脈)" 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맥을 잡으면 마치 점쟁이가 예언하듯 오장육부(五腸六腑)를 비롯한 온몸의 상태를 주술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드라마에서 흔히 볼수있는 장면처럼 맥을 보기 위하여 팔목에 실을 감고도 능히 알아 맞추는 신통력을 발휘해 줄것을 기대 할 뿐아니라 이러한 감별력을 갖춘 한의사 인지 아닌지를 다분히 시험하려는 의도를 지니신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한의학이라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증주의에 근거한 양방 의학과는 달리 우주 만물과의 조화를 통한 직관적인 동양적 사상에 근거한 것이기에 현대의 과학적 이성적 논리와는 배치되는 점이 많아 허황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리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의학에도 나름대로의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수천년의 역사를 이어 오면서 수많은 업적을 이루어 왔으며 아직도 미처 규명되지 않아 비록 정확하게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여도 놀라운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음을 볼때 간단히 무시해 버릴수 없는 그무엇이 내재되어 있는 것만은 부인 할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어째든간에 한방의 효험을 기대하며 내원을 하는 경우 망(望), 문(聞), 문(問), 절(切), 사진(四診)의방식으로 진찰을 하는 것인데 양방에서의 시진,문진,촉진,타진,청진,으로 표현되는 유사한 과정을 거쳐 팔강변증, 육경변증, 오행변증, 위기영혈변증, 장부변증을 통하여 병인 병기를 찾아 감별 진단 함으로써 오장 육부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방이건 한방이건 공히 환자분들은 자신의 모든것을 온전히 표출 시켜서 의사로 하여금 제대로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도록 진단의 단초를 제공하여야 할것이니 "내모습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양방에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조직검사, 초음파검사, 방사선 검사, 핵자기공명검사 외에 심전도, 뇌파, 근전도, 신경검사 등 실로 다양한 실증적 보조 검사가 많이 있을 뿐 아니라 확증에 의한 진단적 가치를 더해 주고 있지만 한방의 경우에는 맥진기를 비롯한 몇몇 기계가 있으나 아직 진단적 효용성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연고로 한방 진료에서는 더 많이 쳐다보고 물어보는 것이 많아, 예를 들자면, 불면(不眠)의 경우에도 잠을 잘자고 못자고 가부간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잠들기가 어려운지, 잠을자다 깨어난후 부터 다시 잠들기가 어려운지, 자다 깨다 하는 것인지, 꿈때문에 잠을 못자는 것인지 등 실로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물어 보는 것이니 한방에 내원하시는 분들은 평소 자신의 모든 일상 생활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가능한 자세히 기록하여 알려 주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한방적 치료는 물론 양방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은 기록을 가지고 내원한다면 보다 이해가 쉽도록 상세한 경과에 대한 설명과 아울러 앞으로의 치료 방식의 선택과 치료 계획의 설정을 만족 스럽도록 들으실 수가 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한인들은 "무엇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두리 뭉실 이야기하며 "자궁에 혹으로 자궁을 수술했다"고 대충 넘어 가는 경우가 많으나 서양 사람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평소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여러가지 약품명을 기록하여 다니고 자신이 무슨 병으로 언제 어느 의사에게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집도 의사의 이름까지 알고있는 분들이 많으며 부모나 형제 자매들의 질병까지 철저하게 기억하는데
이는 서양인의 이성적 논리적 사고 의식 가운데 체질화된 것으로 실로 배우고 본받을 만한 일이라 생각되며 환자들 뿐아니라 한의사들에게도 예외가 아니기에 이나라의 보건 의료 정책 방향도 한의사들에게 이러한 점을 주지 시키기 위하여 침구사 면허 시험에 양방의 기본적인 지식과 진단 검사 방법 그리고 양방에서 처방하는 약물에 관한 문제들 까지도 많이 출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한가지 중요하게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개나리 봇짐 매던 시절의 한방과 오늘날의 한방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간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먼저 과거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적인 생활 영역도 한정되어 있고 인적 물적 교류도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것으로 질병의 양상도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야 할뿐 아니라 질병치료에 사용되는 약재들도 그야말로 신토불이(身土不二)였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다른 질병의 역학적인 차이를 감안하여야 할것이다.
당시는 "의원님께 맥 한번 짚어보면 죽어도 한이없다" 는 시절로 땅과 풀뿌리, 의원과 환자가 오염되지 않은 순수 그자체로서 서로간에 신뢰를 기초로 한것이므로 오늘날의 복잡한 사회 문화 구조와는 상이 한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맥(脈)만 하여도 고전에는 28가지 종류로 세분을 하고 있지만 크게 대별하자면 부(浮), 침(沈), 지(遲), 삭(數), 허(虛), 실(實) 6가지의 특징적인 것으로 나누게 되며 여기에 각각에 속하는 맥들을 분류하여 28종류가 되지만 실제로는 6종류로 감별만 잘하여도 치료의 큰줄기를 잡을 수가 있는 것이기에 예전처럼 그렇게 강조되는 것은 아니고 네가지 진찰 방법 중의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또한 요즈음에는 과거의 신농씨나 편작과 같은 특출난 인물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대 과학 문명의 발달에 따른 양방의학을 접목시켜 본다면 과거 선인들이 미쳐 깨닫지 못한 수없이 많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뿐 아니라 질병치료에 있어서도 놀라운 효과를 얻을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한의학이라는 것이 고대 시대가 그러하듯 점(占)을 보는 것으로 부터 출발은 하였다 하여도 모든것을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 할것은 아니며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 자연을 관찰해온 선각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것이다.
따라서 양한방 공히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 가도록 하려는 목표는 같은 것으로 양방의학이 과학적 논거에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면 한의학은 과학도 과학이지만 철학적인 면에서 접근을 시도한것이라 할수 있기에 요즈음 한국의 한의과 대학과 한의학계에서는 의철학(醫哲學)이라는학문이 대두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기존의 의학에 대한 반성적 고찰과 이를 근거로 의학을 성립 발전케 했던 역사상의 여러 인식체계를 연구하고 한의학의 근본 철학을 새롭게 규명함으로써 한의학에 대한 이해와 현대의 변화된 환경에 맞는 창조적인 의학의 형성을 위할 뿐아니라 새로운 의학 이론과 임상 실천을 통한 동서 의학의 철학적 기초를 규명하기 위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각으로 한의학을 분석하고 재정립하려는 흐름이 있는 것이다.
"온 우주만물 가운데 존재하는 인간" 그리고 "인간과 질병" 을 통하여
"왜 나에게 이러한 질병이 들어 왔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서 소우주(小宇宙)인 나(自我)와 대우주(大宇宙)인 자연과의 조화와 질서 속에서 질병과 삶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 나가면서 질병의 원인과 치유 방법을 깨달으며 살아가려는 것이니 마치 종교적이며 신앙적인 접근 방법이라 설명 할수가 있는 것이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도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터득하면서 치료를 받으시기 원한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얻었다 할것이며 이땅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도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될것이다.
한방의 치료라는 것이 개개인의 삶가운데 조화를 맞추어 줌으로써 상대적인 평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니 바로 이러한 상대적 개념의 평형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데 한방의 입장에서는 질병 치료에 모범 답안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오직 한방의 치료가 우주 만물의 질서를 바라보는 음양 오행의 법칙 속에서 조화를 맞추려하는 지극한 정성-지성(至誠)-을 통하여 성취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침(針)하나를 놓거나 한약재인 풀뿌리, 가지, 잎사귀, 꽃, 열매, 광물질과 동물의 모든 것을 가지고 그안에서 음(陰)과 양(陽) 그리고 오행(五行)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 우리몸에 적용함 으로써 서로의 모자르고 남음을 아우르면서 남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않는 가장 적절한 완성을 이루도록 해 나가는 것이다.
이는 한의학의 근본으로 알고있는 내경(內經)에 "하느님은 실수하는 법이 없어서 병이 있으면 그 병을 낫게 해주는 약초도 만들어 준다"고 기록되어 있음을 보듯이 당대의 뛰어난 경륜있는 인물조차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겸허하게 창조주 되신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를 구하는 구도자의 자세와 마음 가짐을 지닌 모습을 볼수 있는 것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새로운 자각을 일깨우는 귀감이 되는 말씀인 것이다.
한방 치료라는 것이 "이런 병에는 우리몸의 어디에서부터 몇촌(寸) 떨어진곳에 요만큼의 깊이에 침을 놓는다" 기록된 대로 대충 침을 찌르는 경우에도 병이 낫는 수도 있으나 이는 소가 뒷걸음질 치다 밟히는 것과 같은 것이며 무엇 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열사람을 만족케하는 것보다도 한사람을 원통하게 해서는 안된다" 는 점을 명심 하여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어서는 아니되기에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의자(醫者)라면 "낫으면 좋고 안낫아도 할수없다" 식의 무책임함 보다는 어떻게 든지 고통을 덜어 드리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과 성의를 갖어야 할 뿐아니라 진정으로 배우고 익히는 일에 더욱 매진을 하여야 할것이다.
과거 한국에서도 "침구사" 자격 제도가 있었고 개중에는 시골 어느 구석에서 신출나게 침을 잘놓아 병을 치료해주던 분들도 많이 있었으나 "선머슴이 사람 잡는다"고 제대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자들의 무분별한 침술 행위로 사고가 많이 발생하게 되어 정부에서는 침구사 제도를 폐지하고 한의과 대학을 통한 현대 의학의 지식을 기본적으로 갖추도록 하면서 한의학 학사 제도로 통일 시켜 한의학의 질을 높이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곳 미국에서 침구사 자격으로 침구를 시술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있지도 않은 유령단체인 "OO동의학 연구회 고문" 이라든지 명함에 "OMD" 등으로 자신을 불법 과대 포장 하면서 까지 드러 내려 하기 보다는 부끄러운줄 알고 그머리를 옛 성현들의 지혜를 구하고 새로운 의학의 지식을 쌓는 일에 매진 함으로써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역량을 키우는데 힘을 쏟아야 할것이다.
또한 한약의 경우에도 현재는 대개 4773종의 약재를 취합하여 이용하는 것으로 문헌상 기록되고 있으나 이중 우리가 이용하는 약재는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며 더구나 이곳 미국에서는 한약재를 약품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식품으로 분류하여 개방을 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검역과정이 까다로와 더욱 사용에 제한이 따르는 것이 많으므로 치료 처방을 위한 방제의 구성에 있어서도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본초를 가지고 방제를 구성 할때 마치 김치에 비유하자면 가지가지의 양념이 서로 어우러져서 김치 특유의 맛을 내듯 탕약에서도 두루 합해져야 독특한 효과를 내는 한약이 되는 것이니 여기에 하나의 약재가 빠지고 더함에 따라 달라 질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것이다.
끝으로 의방 활투에 이르기를 "...투약은 형편에따라 적당하게 증감하고, 치료는 증에 따라 선후를 가려서 할것이다... 책이란 물론 펴서 전하는것이 가당하나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달렸으니 사람들이 본초는 읽지 않는데 치료법만으로써야 어찌 활용을 다한다고 하겠는가...나의 생각은 구제코자 하는 뜻은 간절하나 딴병으로 알고 잘못 시치하지나 않을까 두려워 망설인다..."고 하였으니
이는 방약에 국한된 것만 아니고 한의학 전체에 대한 선인들의 진심어린 지도 편달의 말씀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기 도록 하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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