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후계자

오래전‘인생은 나그네길’이라는 유행가 제목이 있었다.
어디서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것이 본인의 의지나 계획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특별한 본분을 가지고 태어난 나그네이다.
한번 사정시 배출되는 수억의 정자들 가운데 하나가 수십만개의 중에 선택된 난자와 정해진 시간에 만나야 비로서 생명이 시작되는것이며 두개의 세포에서 수십조의 세포로 발전해 가는것이다.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는것은 이처럼 천문학적 확률로 이루어진다.
이를 우연이라고 한다면 너무도 무지한것이며 오직 조물주의 섭리에 따른 선택받은것을 기억해야 할것이다.
일엽편주(一葉片走)
지금은 태평양건너 이곳 미국에서 살고있지만 때로는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구분이 않될때가 있다.
모든 인생이 살아가면서 이곳까지 흘러온것에는 다들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있을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흔히 말하는 조기유학으로 아들 둘을 이곳에 보내고 한국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사년가까이 했다.
산부인과 병원 원장으로 늘 바쁘고 방학때마다 아이들이 오고 방학중간의 추석과 구정연휴 기간에는 이곳에 오곤하여 그리 외롭지 않게 보낼수 있었지만 한해 두해가 지나면서 매일 저녁을 해결하는것도 고통이 되었다.
삼년이 지나고 부터는 몸도 예전 같지가 않고 병원일에도 관심이 없어져 결국 이곳에 들어오게 된것이다.
아이들은 중고등학교과정을 밸뷰 크리스찬 스쿨에서 졸업했고 UW에 다니고 있어 온가족이 함께 지내는 씨애틀 생활을 하고 있는것이다.
이곳 씨애틀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으나 이곳에서 4년넘게 살다보니 그런대로 정이 붙었는가 보다.
타향살이
머리카락 하나라도 세신바 된것이니 씨애틀에 오게된것이 오다가다 바람난 일은 아닐것이나 아이들의 진로에 따라 언제든 떠날수도 있는것이다.
그러나 떠나는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흘러 갈것이다.
아이들이 미국으로 유학오기전에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곤 했었는데 이곳으로 유학온 이후로는 연휴기간이나 휴가때에 언제나 오고간곳이 씨애틀밖에 없었다.
그토록 흔하게 다녔던 괌이나 싸이판도 팔년 넘도록 한번도 못가보았다.
여기서는 두시간이상 운전해서 벗어난적이 별로 없다.
그나마 병원이 타코마와 쇼어라인에 있는 관계로 이틀에 한번은 타코마를 운전하면서 다니는것을 나들이 삼아 즐길 뿐이다.
미국을 ‘천국같은 지옥’이라 하였고 한국을 ‘지옥같은 천국’이라 하였는데 여기나 저기나 모두 그것이 그것이라 생각이 든다.
평소 아들같이 여기는 자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하여 현재 오레곤에서 공부 시키고 있는데 곧 공부를 마치면 환자진료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도한후에 떠나고 싶은 생각이다.
후계자양성
후계자를 키우는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후계자 양성이 제대로 안되어 항상 뒤죽박죽 되는것을 많이 본다.
나라 정치도 그렇고 교회도 그런경우가 많이 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제대로된 의사 하나 만드는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의과대학 6년 그리고 인턴1년 레지던트4년 그리고 군의관 3년 넘는 과정을 보내는데 세월이 많이 달라 졌으나 예전 필자의 수련기간에는 당직서는 일이 다반사 였다.
수련의사 시작을 3개월 동안 집에 못가며 줄당직을 서고 후에는 이틀에 한번 당직섰으니 48시간을 하루로 보낸것이다.
이틀에 한번 집에가는 날도 일과 정리를 하노라면 밤 10시에 가게 되는데 응급수술이 계속된다거나 회식이 있을 경우에는 집에 못가고 저절로 당직으로 연결 되었다.
이렇듯 수련의사 과정 동안 하나하나 배우며 집도(執刀)의사가 되는 것이다.
깨우침
서양의학은 암환자이건 수술환자이건 질병과 수술의 종류에 따라 환자 진단을 위한 검사와 수술후 처치의 공식이 있어 별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한 매뉴얼대로 가면 되는것이다.
따라서 수련의 동안 단계별로 익혀야 할 과정이 있는것이다.
반면 한의학의 경우 대부분 수련과정 없이 나오므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 자체가 환자를 보는 객관성이 부족하고 주관적인 감(感)에 따르므로 더욱 방황하게 되는것이다.
‘누구에게 사사했다’자랑하듯이 이곳에서는 5천불짜리 침법, 만불짜리 침법을 배우고 있는것이다.
한의학의 개념이나 본질에 대한 연구없이 ‘비법’이니 ‘비방’이니 하면서 침자리 몇개 알려주고 ‘여기를 찌르면 무슨 무슨병이 낫는다’고 하는것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노릇이고 유치한 발상이다.
한의학은 쫓아다녀서 되는것이 아니라 깨우쳐야만 되는것이다.
무엇보다 서양의학의 기본적인 의학지식을 완벽하게 배우고 한의학적인 진수를 익혀야 할일이다.
누구를 쫓아다닐 시간에 의학의 기본을 배울일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기본을 알면 응용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시골장터 장서는 날을따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장돌배기처럼 한의학을 해서는 아니된다.
옛날처럼 솥가마에 불치피는것부터 시작해서 배우는 세상이 아니므로 여기기웃 저기기웃 알지도 못하는 이름대놓고 그밑에서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하는것은 ‘자기못남’을 자랑하는것 밖에 안되는 것이다.
나그네 인생에도 태어나고 자라서 살다가 가는 생(生) 장(長) 화(化) 수(收) 장(藏)의 오행(五行) 과정이 있는것이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알고 제대로 깨우쳐 환자 진료에 도움을 주는 제대로된 의술을 익힐일이다.
이것이 한의학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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